반도체 특화단지에 사활 건 구미

상반기 '특화단지' 지정 신청
SK실트론·LG이노텍·매그나칩
소재부품 세계 최고 기업 위치
"초격차 유지 위해 후방산단 절실"
경상북도와 구미시, 학계와 산업계가 지난달 구미시청에서 반도체 인재 2만 명 양성을 위한 특화단지 육성 지원 협약식을 했다. 경상북도 제공
경북 구미의 원익큐엔씨(대표 백홍주)는 반도체 식각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불순물 제거 역할을 하는 쿼츠웨어 제조기업이다. 5년 전 세계 최고인 일본의 경쟁기업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원익큐엔씨의 매출은 2017년 2000억원대에서 지난해 777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1조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소재기업 육성이 반도체 산업과 지역·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올 상반기 예정된 반도체특화단지 지정을 앞두고 원익큐엔씨 등 구미의 산업계와 경상북도, 구미시가 최종 지정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미시는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국가 첨단전략산업(반도체) 특화단지 공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백홍주 대표는 “반도체 소재 부품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웨이퍼 칩도 잘 만들 수 있고 한국 반도체산업 전체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미에는 원익큐엔씨처럼 소재 부품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하는 기업 5개를 포함해 344개 기업이 한국 반도체산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제조 대기업인 SK실트론(12인치 웨이퍼 세계 3위)을 비롯해 LG이노텍(통신용 반도체 기판 세계 1위), KEC(소신호트랜지스터 세계 7위), 엘비루셈(패키징 세계 3위), 매그나칩(디스플레이 구동칩 세계 2위), 삼성SDI(반도체용 웨이퍼평탄화공정) 등이다.

구미의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작년 11월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경상북도, 구미시, 대학과 함께 반도체 초격차 육성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달에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2031년까지 전문인력 2만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혁준 경상북도 메타버스과학국장은 “미·중 패권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급변 사태에 대응하고 반도체산업의 초격차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칩 제조사뿐만 아니라 구미 소재·부품 기업에도 과감한 연구개발 지원 등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후방산업단지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지역산업계의 염원을 정부가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국가반도체 초격차 달성에 일조할 선도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메모리,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패키지용 첨단 소재 부품 등으로 확장성이 큰 구미 특화단지 지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구미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이 세계 선두로 치고 올라선 데는 구미의 탁월한 인프라도 한몫했다. 구미는 공급 여력이 77%인 공업용수, 안정적인 전력, 대구경북신공항에서 10㎞ 거리인 교통, 폐수처리뿐만 아니라 국가산단 5단지 2단계(280만㎡)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그동안 구미의 소재 부품기업이 축적한 소중한 노력과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구미 특화단지 지정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