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2명 또 그만뒀다…KT, 대표 대행 뽑고 비상경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 꾸려 현안 처리
"경영 정상화까지 5개월 걸릴 듯"
KT가 정기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모든 사내이사의 임기가 종료되고, 임기가 남은 사외이사 2명이 추가 사퇴하면서 이사회가 공백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사진)을 직무대행으로 두고 사외이사와 대표이사를 차례로 선발할 계획이다.

KT에 따르면 28일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가 사의를 밝혔다. 김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유 이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내 ‘문재인 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임기가 1~2년 남았지만, CEO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4개월째 이어지면서 중도 사임했다.KT 사내이사는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두 명이다. 애초 이번 주총에서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을 표결할 예정이었지만 그는 지난 27일 사의를 밝혔다. 윤 사장이 추천한 송경민 KT SAT 대표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도 자동 폐기됐다.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는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들의 재선임안이 부결되면 KT 이사회에는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한 명만 남는다. 사외이사 1~4명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KT가 비상경영 체제를 택한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표이사 유고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정관 및 직제 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따라 박 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T는 대표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리고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현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비상경영위 산하에 고객 서비스, 마케팅, 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하는 성장지속태스크포스(TF)와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대표 및 사외이사 선임 절차 및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의 개선을 추진하는 뉴거버넌스구축TF를 운영한다.KT 이사회는 뉴거버넌스구축TF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변경된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대표 선임 절차를 밟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두 차례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 및 대표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며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사장은 “현 위기 상황을 빠르게 정상화하려면 모든 임직원이 협력하고 업무에 집중해 고객과 주주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