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지금]인천공항 사장 수난시대

인천국제공항 전경.
김경욱 제9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전 8대 구본환 사장에 이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면서 '인천공항 사장 수난시대'가 시작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경욱 사장은 28일 “공항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이달 29일 개항 22주년 행사와 4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마무리되면 이른 시일 안에 업무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면담을 통해 '현안 정리 후 용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다음날 4월28일자 사직서를 전달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사퇴 압력은 없었지만 인사권자의 의중을 알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게 중도 사임의 이유다. 지난 2021년 2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1일까지다.

지난 10일 인천공항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발견된 실탄사건에 대한 보고체계에서 배제되는 등 김 사장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항을 방문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보안 실패가 확인되면 법령에 따라 단호하게 처분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여객기 실탄 발견 문제에 대한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물러날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라며 "실탄사건에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아니고 인사권자의 뜻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김경욱 사장이 내달 사임하게 되면, 인천공항공사의 역대 사장 9명 가운데 4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에 그만두게 된다.

제8대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2020년 9월 공사 역사상 처음으로 상급기관에 의해 해임됐다. 당시 태풍 위기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 보고 등의 이유였다. 취임 후 1년 5개월만이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 ‘인국공 사태’에 따른 경질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구본환 전 사장은 이듬해 12월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인천공항공사에 복귀해 사상 초유의 한 지붕 두 사장 체제를 유지했다. 정식 임기가 끝나는 2022년 4월 물러났지만, 1년 이상 공사 사장직을 수행하지 못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총 9명의 기관장(사장)이 배출됐다. 제1~4대와 7대 사장은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으나 5,6,8대는 중도에 사장직에서 내려왔다. 김경욱 사장이 내달 사임하게 되면 4번째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공항공사 기관장이 된다.

지난 2013년 6월에 취임한 제5대 정창수 전 사장은 이듬해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재임 9개월 만에 사장직을 내려놓았다.

2014년 10월 제6대 사장으로 취임했던 박완수 전 사장도 1년 2개월만인 2015년 12월 사임했다. 이듬해 4월13일 치러지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28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제10대 사장 선임을 위해서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후 임원후보자 모집 공고를 내고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에 심사결과 후보자를 추천한다. 공운위의 인사검증 등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후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청을 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지난 8대 구본환 전 사장의 해임 이후 김경욱 사장의 취임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됐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