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찐하게 이혜영과 멜로 하고 싶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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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무려 25년 만에 드라마다. 최민식은 1997년 8월 방영된 MBC '사랑과 이별' 이후 줄곧 영화에 집중해왔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로 최민식이 오랜만에 드라마 현장에 돌아왔다. 드라마라는 장르도 도전이었지만,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필리핀 현지 촬영이라는 난관까지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민식은 "힘들어도 누구 하나 '나 건들지 마'라며 예민하게 구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저도 코로나 후유증으로 미각도 잃고, 냄새도 못 맡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게 찍었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차무식 역 배우 최민식 인터뷰
'카지노'는 가진 것 하나 없이 뛰어난 눈치, 상황판단력으로 필리핀 카지노 일인자가 된 남성의 성공과 역경, 그리고 파멸을 담은 작품이다. 보육원에서 자랐고, 북파 특수부대를 거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남성이 필리핀으로 건너가 카지노 사업에 성공하면서 정·재계를 쥐락펴락하는 권력까지 거머쥐지만, 그 주변에서 발생한 두 번의 살인사건과 VIP의 100억 원 도난 사건으로 위기를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최민식은 주인공 차무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최민식은 AI를 활용한 '페이스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해 30대부터 중년이 된 모습까지 폭넓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미 30년 넘게 연기자로 활동했고, '대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최민식이었지만 '카지노'를 통해 또다시 도전했고, 짧지 않은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이다. '카지노' 파트2 마지막 회까지 공개된 후 마주한 최민식은 "징글징글했지만 찐하게 연애한 기분"이라며 시원한 기분을 드러냈다.'카지노'가 파트2까지 진행돼 오면서 차무식의 주도면밀한 모습에 감탄했던 시청자들은 그의 허무한 엔딩에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민식은 "그게 시들어버리는 꽃과 같은 인생"이라며 "마지막 만찬을 준비할 때 제가 일부러 시든 꽃을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꽃이 시들어 떨어지듯 무식도 그런 엔딩을 맞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욕망에 미쳐 날뛰던 놈이 가장 애정하고 아끼던 후배에게 가는 건데, 그야말로 무식에게 적합한 엔딩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저도 왜 그렇게 정팔(이동휘 분)이만 무식이가 예뻐하고, 정팔이만 믿고, 약한지 감독에게 물어봤어요. 그런 빈틈이 있으니 인간이 아닌가 싶어요. 살면서도 그런 사람 있잖아요. 주는 것 없이 예쁜 애. '아이구, 우리 강아지' 이런 느낌이랄까요. 하하."극 중 무식은 냉혈하고, 위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지만, 그를 배신하는 정팔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 인터뷰 내내 "인간적인 무식을 연기하고 싶었다"는 최민식은 무식의 그런 빈틈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하기 위해 이동휘와 '티키타카'를 고민하고, 실제로도 많은 애드리브로 극을 이끌었다고 고백했다.
최민식은 "이동휘에게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게'라고 했다"며 "웃기려는 애드리브가 아닌, 캐릭터에서 벗어난 애드리브가 아닌, 극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변주했다"고 전했다.
"무식은 평범한 놈이에요. 빌런으로 상징화된 그런 캐릭터가 아니죠. 아주 평범한 놈이 그렇게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거, 모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캐릭터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요."극 중 차무식이 '형님'으로 모셨던 민회장 역의 김홍파, 100억 원 잭폿을 터트린 고회장 역의 이혜영, 차무식의 작업으로 200억 원이 털린 정대표 역의 최홍일까지 모두 최민식과 동갑내기 친구였다. 최민식은 특히 이혜영에 대해 "1999년 연극 '햄릿'으로 만나 공연을 함께했고, 23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라며 반가움을 보이면서 "이혜영과 찐한 멜로를 하고 싶다"면서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이혜영 씨와 만나서 '오랜만입니다' 인사를 하는데, 짠하기도 하고. 이렇게 한 동네에 오래 계속 있으니까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도 만나는구나 싶고, 설레더라고요. 이 배우가 얼마나 매력적인데요. 아주 끝내줍니다. 다 죽어요. 영화나 브라운관에서도 매력이 있지만, 연극 무대에서 최고입니다. 마지막 회를 같이 보고, 함께 소주를 먹으면서 '로맨스 하자'고 했는데, 저한테 '빈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TV 방영 드라마는 시청률이, 영화는 관객 수라는 수치가 흥행을 입증한다. 하지만 OTT 플랫폼의 경우 흥행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민식은 "스코어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숫자에 몰입하다 보면 병이 생긴다"며 "그냥 만드는 재미에 취해 살아야 한다"면서 나름의 작업 철학을 전했다.그러면서 "이번에 그런 수치를 몰라도 되니 너무 좋았다"면서 "솔직히 너무 궁금하긴 하지만, 본사에서도 영업비밀이라며 안 가르쳐준다고 하니, '에라 모르겠다, 알아서 보겠지' 하고 뒀다"고 말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카지노'는 정말 과정이 좋은 작품이었어요. 오랜만에 긴 호흡의 작품을 했는데,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모두 열심히 해줬어요. 처음엔 고시 공부하는 줄 알았다니까. 다들 방구석에 처박혀서. 술 먹는 줄 알았더니, 다 같이 대본 펴 놓고 회의하고 있더라고요. '시험 보냐' 했어요. (웃음) 그렇게 난상토론을 하고, 다음날 촬영을 위해 흩어지고, 이런 친구들이랑 작업을 하니 너무 즐거웠어요. 우린 최선을 다했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