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덕 보더니 '총체적 난국'…벼랑 끝 러시아 경제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경제가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현재 러시아 경제는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상태다. 루블화의 가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20%나 하락했다. 지난해 가을 단행된 30만 명 규모의 징병 탓에 러시아 기업의 절반 정도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러시아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고, 소비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소매 판매는 6.7% 감소했다. 2015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지난달 러시아의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62%나 급감했다.

원인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하락이 꼽힌다. 러시아 정부는 당초 유럽 각국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전쟁 초반에는 고유가 덕을 봤다.그러나 올해 1월과 2월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관련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가격상한제도를 도입하는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수출길이 막히고, 에너지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의 국가에 정상가보다 훨씬 할인된 가격으로 에너지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러시아가 지난달 판매한 배럴당 원유가격은 49.59달러다. 이는 국제기준인 브렌트유(배럴당 80달러)의 60% 수준에 그친다.

재정 상황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올해 첫 두 달간 러시아 정부가 수입보다 과다 지출한 액수는 340억 달러(약 44조2000억 원)에 달한다. 러시아 국부펀드도 우크라이나 전쟁 후 280억 달러(약 36조4000억 원)나 감소한 상태다.

일각에선 전년 대비 2.1% 역성장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다소 선방했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이마저도 러시아 정부의 각종 전쟁 비용 지출로 인해 생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란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를 떠난 러시아 중앙은행 간부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전쟁 비용 지출은) 생산적인 성장이 아니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분석했다.비엔나국제경제연구소 소속 경제학자 바실리 아스트로프는 러시아 경제 침체 전망과 관련해 "1~2년에 그칠 위기가 아니다. 러시아 경제는 (단기적 침체와는) 완전히 다른 경로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