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더들이 저를 작가로 키웠죠"... 한 번도 팔지않은 NFT가 대박 난 까닭 [긱스]

최근 주목을 받은 NFT 프로젝트 '다다즈'의 시작은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작가 다다즈가 지인들에게 NFT 기술을 적용한 자신의 창작물을 선물한 게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냈습니다. 선물받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다다즈 프로젝트를 키운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정형화와 얽매임을 거부하는 '굉'스러운 작가 다다즈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나봤습니다.
“NFT 아트라는 카테고리로 한정하고 싶지 않아요. NFT는 붓이나 물감같은 그림의 도구가 아니잖아요. (그림을) 그린 후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거죠. 저는 피지컬 아티스트, 미디어 아티스트인데 NFT를 이용해 전달한거죠. ” (작가 다다즈)
*피지컬(Physical Artist) 아티스트 : 디지털 아트를 창작하면서도 해당 작품을 실물 작품으로 전환해 소유자에게 전달하는 예술가
왕다다즈 NFT. 사진=다다즈
대부분의 대체불가능토큰(NFT)과 다른 문법으로 눈길을 끈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 번에 1~2만개의 NFT를 판매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와 달리 하나씩 맞춤으로 제작되며 거래량, 최고가의 개념이 없고 투자 상품으로도 인식되지 않는다. 국내 PFP(프로필 사진용) NFT 프로젝트 다다즈(DADAZ) 이야기다.이 프로젝트는 작년 7월 작가 다다즈가 지인들에게 자신이 그린 NFT를 선물로 주며 시작됐다. 선물받은 이들이 모여 커뮤니티로 성장했고 홀더들의 2차 창작, 오프라인 밋업 등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며 인지도가 높아졌다. 자연히 다다즈를 선물받고 싶은 사람들도 늘었다.
작가 다다즈 프로필 사진. 작가명 다다즈로 활동하는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NFT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NFT가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그에 대한 인지도도 함께 높아졌다. 사진=다다즈
총 888개를 목표로 진행한 NFT 에어드롭은 거의 마무리 됐다. 다다즈팸이 900명 가까이 모이는 사이 작가 다다즈는 서울옥션의 자회사 프린트베이커리의 정식 작가가 됐다. 프리랜서 작가에서 소속사, 후원사가 생긴 셈이다. 4월 말 첫 오프라인 개인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커뮤니티에서 ‘왕다다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작가 다다즈를 서울 여의도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다다즈 프로젝트를 통해 나와 함께하는 커뮤니티가 생겼다"며 “웹3에서 인지도를 얻어 웹2에 진출한 사례는 다다즈가 최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다다즈 작가와 일문일답.
Q. 원래 어떤 일을 하셨나요. 다다즈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처음부터 프로젝트로 키울 계획은 없었어요. 지인들에게 그림을 그려 선물로 주다가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로) 커지게 됐죠. 다른 NFT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커뮤니티 빌딩에 대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긴 했어요.
원래 피지컬 아티스트를 하고 싶었지만 잘 안됐어요. 대신 가죽 공예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인터넷에서 블록체인, NFT라는 걸 알게됐는데 그림을 영원히 보관할 수 있다는 거에요. 아이패드로 제가 키우는 고양이를 그려서 올리는 게 취미였거든요. '우리 애들을 평생 저장시켜야겠다'는 생각에 NFT로 만들어 오픈씨에 등록했죠. 그렇게 다른 NFT 프로젝트들도 알게됐고, 그 안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이쪽에 발을 담그게 됐어요.
글로벌 NFT 거래소 오픈씨에 등록된 다다즈 NFT / 오픈씨 캡쳐
Q. 그림을 NFT화 하는 게 일종의 취미가 되셨군요. 다다즈는 사는 게 아니고 간택 받는거라고 들었어요. 다다즈 NFT를 선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A. 무조건 '핸드픽'이에요. 제 마음에 들어야 해요. 초창기에는 특히 제 기분에 따라 선물로 드렸고 현재는 제 마음에 든 당첨자들에게 커스텀으로 제작해주고 있어요. 예전에는 에어팟 잃어버렸다고 하면 위로 차원으로 드리고, 취직했다고 하면 축하 선물도 드리고 그랬어요. 이런 방식이 바이럴이 많이 됐어요. 다다즈팸이 되려면 트위터에서 재밌는 댓글을 다는 등 제 눈에 띄어야 하죠. 그림은 당첨자에게 직접 물어봐요. 좋아하는 색, 원하는 성별, 키워드 이를테면 곰돌이, 빡빡이, 우주. 이를 조합해서 제가 잘 조합해 그림을 그려줍니다.


Q. 맞춤형으로 그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A. 네 맞아요, 그리고 그림 제작뿐 아니라 민팅, 전송까지 제가 다 혼자해서 매우 바쁩니다. 초반에는 그림이 지금보다 단순해서 하루에 27~28개 정도 그렸고, 하나 그릴때 30분 정도 걸렸어요. 지금은 보다 복잡해지고 니즈도 다양해져서 하나 그릴 때 1시간 반 정도 걸리더라고요. 하루에 많으면 5개 적으면 1~2개 정도 그려요. 그림 배경을 보면 글자같은게 있는데요, 이걸 주문이라고 불러요. 이 배경 글씨를 이 그림을 가진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좋은 기운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해요.
Q. 선물로 시작한 커뮤니티를 어떻게 성장시켰나요?
A. 90% 이상이 팸분들 덕분이라고 저는 강조하고 싶어요. 선물받은 다다즈를 가지고 재밌게 놀고, 다다즈의 성장을 실제로 도와주신 팸분들 덕분에 모든 게 가능했던거죠. "다다즈가 잘 된 건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한 사람도 있어요. 다다즈 이벤트를 하면 핵심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준비해주고, 행사 뒷정리까지 해주세요. 저는 홀더보다 팸이라고 표현하는데, 팸분들은 다마고치 하는 것 같다고 해요. 다다즈라는 작가를 함께 키우고 그의 성장에 기여하는 거죠. 전시나 이벤트를 열면 협찬해주는 분들도 계시고, 투자자나 다른 프로젝트와 연결해주시기도 해요.
다다즈 홀더들이 만든 다양한 왕다다즈 2차 창작. 사진=다다즈
작년에 2차 창작이 붐이 일었어요. 다다즈가 그 열풍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보는데요, 예를들면 누군가 다다즈 스타일의 곰돌이를 그려요. (특유의 새로로 긴 눈과 코가 다다즈 IP의 심볼이다) 다른 팬들이 그 글에다가 댓글로 "저도 해주세요"하면 곰돌이 툴을 가지고 다른 다다즈를 곰돌이로 만들어줘요. 작년 9월에는 다다즈 2차 창작전을 열기도 했어요. 다다즈 IP를 가지고 다양하게 변주했죠. 자발적으로요! 신기했어요. 다다즈를 하는 이유의 90% 이상이 이런 재미라고 생각해요.

작년 7월 이후 4번의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어요. 첫 전시에 400명이 넘는 분이 몰렸고, 그 이후에 연 파티에도 수백명이 참여했어요. 이렇게 실제로 많이 만나고 함께 창조하는 것이 다다즈의 중요한 부분이 됐죠.Q. 오프라인 밋업 외에 다다즈의 재밌는 문화를 알려주세요
A. 온라인에서 밈으로 재밌게 놀아요. '굉'이라는 말을 많이쓰는데요. (정확한 의미는 없습니다.) 굉이라는 접사를 붙여서 놀아요. 이를테면 굉그레이드라는 것이 있어요. 자기가 가진 다다즈를 바꿀 수 있는 거에요. 겨울에 자기 다다즈에 산타모자를 씌우고 싶다면 굉그레이드권을 쓰면 돼요. 굉그레이드권은 다양한 이벤트나 참여를 통해 받게되죠.
클럽 활동도 활발해요. 13개 클럽이 운영되고 있는데 각각 클럽장이 있어요. 클럽은 다다즈 팸만 가능하죠. 팸 외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오(DAO)도 있어요. 이를테면 보라 다오는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보라색이 자기 NFT에 있으면 가입 가능해요. 보라다오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아이유와 RM을 데려오는 것입니다.(웃음) 보라색이 들어간 사진을 매일 올리는 챌린지를 하기도 하고 챌린지에 성공하면 다다즈를 드리거나 이미 가지고 계신분은 굉그레이드권을 드려요.
임명장이라는 개념도 있어요. 다다즈에 기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죠. 행사에서 사진을 항상 찍어주시는 분은 굉토그래퍼, 2차 장작 많이 하시는 분은 굉티스트, 그외에도 굉학자, 굉축가 등등. 이분들은 풀바디 NFT를 받을 수 있어요. 이 분들께는 다다즈 전신을 그려서 NFT로 드려요. 그사람의 말투, 성격, 지향하는 점 등 여러가지를 바탕으로 제가 상상해서 그 사람만을 위한 그림을 그려드려요.
지난해 열린 오프라인 행사에서 작가 다다즈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다다즈 포토그래퍼 (@paker5_) 제공
Q. 전시나 행사를 열려면 돈이 많이 들지 않나요? NFT를 핸드메이드로 그려서 공짜로 주는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들기도 하고요.
A. 네. 제가 돈을 많이 썼죠. 지금까지 돈을 벌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왜 NFT를 공짜로 주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바닥가를 계산하면 하나 당 30만원이고 오픈씨 경매에서 0.77이더리움에 낙찰되기도 했거든요. 거기에 가스비도 제가 내니까요. 다다즈 돈 언제 벌거냐, 다다즈 금수저 아니냐 등 말이 있었어요.
근데 저는 너무 재밌더라고요. 사람들이 모이고 친해져서 대화를 나누고, 그것들이 또 사업이나 협업으로 발전하고 그런 모든 과정들이요. 지금은 제가 잘 됐으니까 저에 대한 투자였다고 생각해요. 잘 되지 않았더라면 그냥 저의 즐거움을 위한 소비였겠고요.
물론 어떤 프로젝트나 사업이든 재미를 추구하려면 당연히 자금이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정식 작가가 됐고, 저를 지원해주는 소속사도 생겼으니 사업 모델을 잘 짜기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재미를 지속하기 위해서요.

Q. 재미에 돈과 마음을 쓰는 것 자체가 용기인 것 같아요. 그림 스타일에도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A. 원래 예술과 패션을 좋아해요. 고등학생때부터 미술을 했고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다다즈라는 것도 아무 의미 없음의 '다다이즘'에서 온 것이고요. 그림 스타일은 마크 로스코를 좋아해서 그의 색감에 영감을 받았어요.
작가 다다즈 프로필 사진.
Q. NFT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데요.
A. 웹3 아티스트 혹은 NFT 아티스트라는 표현은 안 써요. NFT는 제 팬을 모은 기술인거지 그 NFT 자체의 아티스트는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피지컬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작품은 아직 현실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제가 BTS처럼 유명인이라면 트위터에 그림을 올려도 전세계가 관심을 가지겠지만, 전 그런 사람이 아닌데다 현실에서 갤러리들이 성행하고 있고 미술 시장에서 그림이 팔리고 있잖아요. 아직은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디어 아트도 감동이 있지만 사이즈가 작을 때와 클 때의 차이가 너무 커요. 크게 제작하려면 비용 부담이 심하죠. 그리고 미디어 아트는 아직 뭔가 차가운 느낌이 있어요. 아직 피지컬이 제겐 더 따뜻하게 느껴져요.
3D 메타버스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프로젝트는 다다즈처럼 할 필요없어요. 각자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있는 것 같고 저는 아트 베이스이고 웹2를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에요.

Q. NFT를 잘 활용한 건 확실하신 것 같아요. 미술 외에도 마케팅적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A. 다른 커뮤니티에서 꽤 헤비 유저로 활동했어요. 운영하는걸 보면서 마케팅을 왜 이렇게 할까. 재미가 없는데 왜 이 방식으로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죠. 그걸 다다즈를 하며 다 했고요. 오히려 지금은 다른 프로젝트에서 연락이 와요. 어떤 빌딩 방식이 좋은지 묻기도 하고 저를 오마주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상상하는걸 워낙 좋아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기 전에 20~30분 상상하는게 루틴이라고 할 정도로요. '내가 쓰레기통이 된다면' 같은 황당한 상상을 해요. 이런 습관이 프로젝트 아이디어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기존 프로젝트는 태그 몇 명 다는 게 끝. 코멘트 개념이 잘 없었어요. 저는 글과 사진으로 코멘트 이벤트를 했어요. 이번 주에 제일 슬펐던 일이라던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던가... 하나하나 댓글 달고 소통하면서 트위터 상이지만 진실한 관계를 쌓아가는 마케팅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Q. 보편적인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이 강하시니까 일반적인 루트로도 미술 시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요.
A. 지금처럼은 안됐을 거에요. 그전까지 그냥 혼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제가 프린트베이커리에 소속된 정식 미술 작가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잖아요. 이런 상황은 팸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거에요. 향후 제 묘비명에 다다즈팸이 들어갈 정도로 팸은 제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해요. 다다즈를 1~2년에 끝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오래 오래 재밌는걸 하고싶어요.


Q. K-NFT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많았습니다. 홀더와 운영진간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았고요. 한국 NFT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A. 1등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내부에서 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나와서 공생하며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여기에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본인들이 민팅해서 받은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디에 썼는지, 왜 이 돈을 써야하는지 납득시키지 않아서 문제가 많이되기도 했어요. 내돈이 아닌걸 내돈처럼 쓰는건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신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다즈 IP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들. 사진=마플샵 캡쳐
Q. 정식작가가 되셨고, 목표하신 888개를 거의 다 채웠어요. 다다즈도 전환점을 맞이 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요?
A. 4월 29일 전시가 일단 가장 가까운 계획이 되겠네요. 웹2 미술시장에 데뷔하는 첫 개인전이라 큰 의미가 있어요. 그날 몇 자리 남은 다다즈팸을 뽑고 다다즈 NFT 경매도 열 생각이에요.
프로젝트로서는 888개가 끝나는 동시에 후속 3000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시기에요. 다다즈 IP를 현실에 더 알릴 계획입니다. 브랜드 협업 같은 게 목표가 되겠네요. 브랜드에도 관심이 많은데 뉴발란스랑 젠틀몬스터를 특히 좋아하거든요. 유명 브랜드와도 콜라보하면서 다다즈 또한 하나의 브랜드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창작자들이 와서 서로 소통하고 영감을 얻어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앤디워홀의 컨테이너 팩토리, 고흐의 노란집처럼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