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도 유예해줬건만…적자 허덕이는 '특례상장' 바이오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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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특례상장 바이오업체 최고치기술특례 상장 방식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 당시 제출한 목표 실적 달성은커녕 여전히 적자에서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이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장시간 걸리는 특성의 특례기업에 한해 일정 기간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해주기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일정 수준의 경영 성과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3곳 외 상장 후 매해 적자 지속
관리종목 지정 위기도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특례상장 제도로 상장 문턱을 넘은 바이오 기업은 2020년 총 17곳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3곳(제놀루션·미코바이오메드·클리노믹스)을 제외하고 모든 기업이 상장한 해를 포함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 상태를 지속했다. 미코바이오메드와 클리노믹스도 상장 후 3년 동안 2개년도 영업손실을 냈다. 2020년 9월 상장한 박셀바이오는 상장 후 매출 발생도 전무했다. 이들 기업은 주가 상황도 대부분 처참하다. 17곳 가운데 14개 업체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으며, 14곳의 공모가 대비 하락률은 평균 52.5%(전일 종가 기준)로 집계됐다. 젠큐릭스는 공모가 대비 주가가 84%까지 주저앉았다. 심지어 17개 기업 중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사업 연도가 최근 3년간 2회 이상을 기록한 업체도 4곳(카이노스메드·에스씨엠생명과학·젠큐릭스·이오플로우)이나 됐다.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가 넘어가면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된다.
물론 특례기업의 경우 매출 30억원 미만, 법차손 등 거래소의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일정 기간 적용받지 않는다. 영업적자가 지속되도 괜찮다. 상장 연도 포함 매출 요건은 5년, 법차손 요건은 3년 동안 유예된다. 즉, 2020년 상장(10월 이후 상장 기업 제외)했다면 올해부터 법차손 요건을 적용받는다. 그해 10월 이후 상장한 업체는 그 다음 사업연도인 2021년부터 2023년까지가 유예 적용 기간이다. 특례기업 중 바이오 업체들은 더 관대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유예 기간이 끝났어도 △최근 3년 매출 총합이 90억원 이상이면서 직전 연도 매출이 30억원 이상이거나 △연구개발·시장평가 우수기업의 경우 매출 요건이 면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시 상장을 대거 승인한 한국거래소도 상황이 난감해졌다는 후문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몰고 온 제약·바이오 투자 호황기 속 잇단 상장 문턱을 내줬지만, 적자 지속에 재무 부실이란 씁쓸한 결과가 나와서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바이오 업체들이 성과를 내기까지 5년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는데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최근 들어 심사 기준이 기업공개(IPO) 혹은 제약·바이오 시장이 활황이던 불과 2~3년 전보다 까다롭게 느껴진다는 관계자들의 푸념이 들리는 배경이기도 하다.일각에선 거래소가 내놓은 유예 조치들이 바이오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바이오 업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바이오 업체 대부분이 신약 투약 물질을 탐색하거나 전임상 단계일 텐데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 1상으로 진입하는 데까지 짧게는 3년에서 평균 4~5년 정도 걸린다"며 "임상 1상에 들어가더라도 라이선스아웃하면서 마일스톤(단계 기술료) 수익이 바이오텍 회사들의 주요 수익인데 계약을 맺는 것도 어느 정도 트랙레코드가 쌓여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그런 만큼 3~5년 정도 주고, 일정한 경영 성과를 창출하라고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특화된 만큼 성과 측정도 파이프라인의 진행 정도, 연구개발 입증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며 "매출과 같이 양적인 부분을 맞추라고 하는 건 일반적인 제조업의 잣대를 들이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래소도 심사를 위한 전문화된 인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예 기간이 다소 짧다는 건 업체 측 입장"이라며 "투자자 보호와의 균형 있는 관점에서 보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