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패션 아닌 장비…봄 라운드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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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시장 '옥석고르기'2023년 봄, 한국 골프웨어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과열양상을 띄며 성장했던 골프웨어 시장의 거품이 걷히면서 골프웨어의 본질을 지켜온 전통 강자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골프시장의 소비자가 골프에 진심인 ‘진성골퍼’로 정리되면서 골프웨어 역시 “진짜만이 살아남는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코로나 활황…골프웨어 급성장
60여개 브랜드 늘어 150개 달해
클럽 기반의 브랜드 상승세
전체 시장의 50% 이상 점유
타이틀리스트·PXG 10% 초반
FJ·캘러웨이어패럴 10% 육박
"충성도 높은 진성골퍼 잡아라"
고급 소재의 기능성 제품 출시
○시장 거품 꺼지자 “옥석 가려지는 중”
골프웨어는 가격에 따라 프리미엄·밸류(중저가), 기능성과 스타일에 따라 퍼포먼스·라이프스타일로 나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프리미엄 퍼포먼스 제품군과 밸류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으로 시장이 양분되는 형태였다. 프리미엄 퍼포먼스 그룹은 클럽 등 골프용품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기능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쿠쉬네트코리아의 타이틀리스트, FJ, 카네의 PXG 등이 대표적이다.코로나19 덕분에 골프는 유례없는 활황을 맞았다. 골프시장에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빠르게 유입됐고 골프의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치솟았다. 기능성보다는 스트리트 감성을 더한 디자인과 마케팅에 주력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한 것이 이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골프웨어 브랜드는 150여개까지 늘어났다. 이가운데 40%에 해당하는 60여개가 2021년 출시됐다. 전통 강자인 프리미엄 퍼포먼스 그룹의 점유율은 40%까지 줄어들었다.하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였다. 하반기 들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해외여행 등 골프를 대체할만한 레저활동이 재개됐다. 여기에 주식·부동산·코인 등 자산가치 급락, 금리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젊은 골퍼들을 타깃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던 골프웨어 시장이 용품보다 먼저 찬바람을 맞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M&A 시장에는 골프웨어 업체들이 매물로 나와있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골프웨어는 장비” 진짜 골프웨어는 상승세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브랜드들도 있다. 골프웨어의 본질인 프리미엄과 기능성을 지킨 전통강자들이다.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은 프리미엄 퍼포먼스 그룹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가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프리미엄 퍼포먼스 그룹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PXG어패럴을 전개하는 카네의 박수현 마케팅팀장은 “브랜드의 전통성을 더욱 뚜렷하게 표현하면서도 프리미엄 품질력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브랜드는 올 1분기에서 성장세를 유지했고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브랜드별 점유율을 봐도 이같은 추세는 뚜렷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의 투톱은 타이틀리스트와 PXG다. 두 브랜드 모두 시장 점유율 10% 초반대로, 150여개 브랜드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 두자리 숫자를 기록한 브랜드는 이 두 곳 뿐이다. 여기에 캘러웨이어패럴, FJ도 각각 1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모두 클럽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로, 골프웨어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한 곳이다.이같은 변화의 뒤에는 역시 소비자의 변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골프를 시작했던 ‘골린이’ 가운데 그대로 골프시장에 남은 이들은 이제 ‘골프 마니아’로 성장했다. 기존의 골퍼들은 충성도가 더욱 커졌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과 FJ 어패럴을 전개하는 아쿠쉬네트 코리아의 김현준 마케팅팀장은 “‘골린이’들이 골프 마니아로 성장하면서 골프웨어는 단순 패션이 아닌 핵심 골프장비라는 인식이 분명해졌다. 프리미엄 퍼포먼스 제품군이 시장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퍼포먼스 골프의류의 원조로 꼽히는 타이틀리스트는 제품 개발, 패턴 작업 등 초기단계부터 골프 전문가가 참여한다. 봉제, 마감까지 모든 단계를 국내에서 진행하는데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성을 더해 고급 골프웨어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골프의류가 장비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일반 의류기업이 이같은 내공을 넘어서는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브랜드들은 진성 골퍼를 잡기 위해 더욱 고급스럽고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프리미엄퍼포먼스 라인인 투어핏에 최고의 소재와 기능을 적용한 투어핏S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에는 봄·여름의 일교차와 변덕스러운 날씨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모듈형 아이템을 내놨다. 투어핏에서는 옷의 저항없이 최적의 스윙이 가능하도록 소재와 패턴, 디자인 등의 디테일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선보인다. PXG어패럴은 다음달 초 올 시즌 두번째 스페셜 컬러 컬렉션인 ‘미드나잇 그린’을 출시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