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결정권' 강조 오영훈, 제주2공항 주민투표 결단 관심

원희룡 국토부 장관, 국회서 사실상 주민투표 거부 밝혀
도민회의 "2014년 삼척시, 정부 반대에도 자체 주민투표"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제주 현안인 제2공항 주민투표 실시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도민 결정권'을 강조해 온 오영훈 제주지사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국토교통부에서 수립 중인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따른 도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접수된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들을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오영훈 지사는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해서 '도민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오 지사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주민투표는 필요하다고는 할 수 있다. 현행법에서 할 수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주2공항 반대단체인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 등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2공항 주민투표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오 지사의 결단에 따라 주민투표법상의 주민투표와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투표법에는 국가 사무에 따른 주민투표는 주무 행정기관장이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2014년 당시 김양호 삼척시장은 '원자력 발전 관련 사업은 국가 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고 법적으로도 주민투표를 시행할 수 없다'라는 정부 반대에도 원전 유치 찬·반에 대한 주민투표를 강행한 바 있다.

주민투표는 2014년 10월 9일 시행됐고 투표자의 84.97%가 유치 반대를 선택했다.

주민투표를 강행한 김 시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2017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당시 투표가 적법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 김 시장이 권한을 불법으로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투표 자체도 주민투표법이 규정한 주민투표가 아닌 만큼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영웅 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아무리 중앙정부의 강행 의지가 담겼다 하더라도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사업은 결코 진행될 수 없다"며 "지방자치, 주민주권 시대 도민 삶과 미래가 달린 문제를 중앙정부의 몇몇 관료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민투표에 관한 질의에 "제주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동의권을 갖고 있다.

거기서 부동의하면 모든 절차가 그대로 끝이 난다"며 도의회 동의 여부에 주민 의견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주민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제주도 패싱' 논란을 산 원 장관이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참석차 다음 주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오 지사와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이다. 오 지사는 지난해 당선자 시절부터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자며 원 장관과의 면담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