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내놓은 스위스 페링, 샌디에고 연구소 폐쇄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89명 현지 임직원도 해고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내놓은 스위스 제약사 페링 파마슈티컬스가 미국 연구소를 폐쇄하며 인원을 대규모로 감축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28일(미국 시간) 페링은 오는 5월 중 미국 샌디에고에 있는 연구소를 폐쇄하며 현지 직원 89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페링은 지난 주 미국 연구소 직원들에게 이같은 소식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페링의 샌디에고 연구소는 1996년에 설립됐다. 페링에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글로벌 연구와 새로운 아이디어의 요람’이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 2개가 이곳의 주도로 나왔다. FDA 첫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레비요타’와 방광암 유전자 치료제 ‘애드스틸라드린’이다. 이외에도 위장병학, 비뇨기과, 종양학 관련 후보물질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페링은 불임증 치료제 ‘메노푸어’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제약사다. 호르몬 제제 또는 산모건강과 난임치료제에 비중이 높은 회사로 지난해 매출 22억1390만 유로(약 3조1174억원) 중 55% 매출이 이 분야에서 나왔다. 이어 소화기내과 의약품 25%, 비뇨기과 의약품 13% 순으로 매출을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제약업계에서는 페링의 연구소 폐쇄 및 인원 감축이 다소 열악해진 재정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긴축운영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억8993만 유로에서 1억7576만 유로로 39% 감소했다.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던 순이익이 반토막 가까이 꺾인 것이다.순이익이 감소한 원인을 찾아보면 판매 및 마케팅 비용이 4억5316만유로에서 5억2381만 유로로 7065만 유로가 증가했다. 연구개발비 또한 3억1438만 유로에서 3억4955만 유로로 3517만 유로가 늘었다. 2개 신약을 출시하는 과정 등에서 운영비가 1억 유로 이상 증가한 것이다. 페링은 지난해 효자 품목인 메노푸어의 제조 변경 과정에서 글로벌 배송이 중단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유동자산이 급감한 부분도 눈에 띈다. 현금 및 등가물이 6억5730만 유로에서 3억4971만 유로로 3억759만 유로(-47.7%)가 감소했다.

페링은 샌디에고 연구소 폐쇄의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으며, 덴마그 코펜하겐과 이스라엘에 있는 시설에서 R&D 및 생산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29일 14시 4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