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인사에 '손하트' 튀르키예인들 보며 책임감 느꼈어요"

세이브더칠드런 장설아 팀장·이승현 대리, 해외긴급구호대 3진
한국 민관협력 첫 사례…상반기 컨테이너 500동 임시거주촌 건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환대받았어요. 젊은이들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거나 '손하트'를 만들어 보였어요.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사업에도 도움이 되기에 고마우면서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인도적지원팀의 이승현(33) 대리는 28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을 다녀온 소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 대리는 장설아(42) 인도적지원팀장과 함께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3진 소속으로 이달 중순 약 열흘간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서 이재민 임시 거주촌 조성 등 재해 복구 사업을 위한 현지 조사를 담당했다.

이 대리는 "튀르키예 강진이 발생한 지 한 달 반 정도 지났는데 피해 현장은 지금 꽤 안정된 상황"이라며 "초기에는 생존의 문제가 컸지만, 이제는 일상 회복을 위한 또 다른 전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장 팀장은 이 대리보다 이틀 전에 선발대로 튀르키예에 들어가 정부 관계자와의 회의 일정을 잡는 등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이 사업 협력을 위한 협의의사록(RD)을 체결하는 데 힘을 보탰다. 장 팀장은 "튀르키예에는 코이카 사무소가 없기 때문에 초반에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들과 소통할 때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며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사무소에서 대관 업무 담당자가 합류해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민관이 협력해 긴급구호를 실시한 첫 사례다.

세이브더칠드런을 중심으로 굿네이버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등 3개 구호단체는 올해 5월 중순까지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 컨테이너 500동 규모의 임시 거주촌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재민을 대상으로 한 심리 사회적 지원, 생계·보호 시스템 구축, 교육, 보건·영양, 식수 위생 개선(WASH) 등의 이재민 대상 사회 서비스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내년 6월까지 약 1년간 진행될 이 사업에는 1천만 달러(약 130억원)가 투입된다.

장 팀장은 "튀르키예의 여름은 매우 덥기 때문에 이재민들을 안전한 공간으로 보내는 게 우선"이라며 "6월 초부터 이재민들이 컨테이너에서 거주하면 아동에 대한 교육과 보호 등의 활동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당시 숙박시설로 쓰인 이동식 컨테이너 600동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의 모습을 보고 나서는 민관 협력 사업의 방향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장 팀장은 "카타르와 튀르키예는 날씨, 화장실 사용 시스템, 플러그 형태 등이 다른데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놔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재민이 많았다고 한다"며 "도움을 주려고 한 게 오히려 해가 된 사례로, 신속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도적 지원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NGO의 긴급구호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존의 수직적 방식보다는 이번처럼 정부와 민간이 수평적인 협력 관계로 사업을 진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장 팀장은 "사업 형성을 위한 예비 조사 단계에서부터 민관이 함께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며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의 성과를 위해 조율하면서 노력하는 뉴노멀(새로운 표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인도적 지원은 국제기구를 통해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민간 단체들은 재난 현장에서 '책무성 시스템'을 갖고 활동한다는 점에서 인도적 지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