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김희선이 우리 모델” 에이피알, IPO 도전하는 자신감의 비밀

스타 마케팅으로 성장…지난해 매출 3977억원, 영업이익 392억원 기록
“저는 치킨 광고를 하면 그 치킨만 먹고 화장품도 (제가 광고한) 그것만 씁니다.”

방송인 유재석 씨가 2020년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한 발언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 씨가 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유 씨뿐만 아니라 배우 김희선 씨도 이 회사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지코와 아이유 씨는 이 회사의 운동복을 입는다. ‘스타 마케팅’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고 이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까지 넘보는 에이피알(APR)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7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에이피알은 올해 핵심 사업 분야를 ‘뷰티 디바이스’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기업공개(IPO)는 성장을 위한 단계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금의 기업 가치를 상장 이후 조 단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유재석부터 지코·태연·김희선까지…에이피알 키운 스타들

패션 뷰티 회사 에이피알은 신한투자증권을 대표 주간사 회사로 선정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설립 10년 만의 상장이다.

에이피알은 2014년 뷰티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을 선보이며 화장품 산업에 뛰어들었다. 2016년에는 더마 코스메틱(의약 성분이 들어간 원료를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글램디’를 추가로 내놓았다. 2017년 남성 화장품 브랜드 ‘포맨트’와 패션 브랜드 ‘널디’를, 2021년에는 메디큐브의 서브 브랜드인 ‘에이지알’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발굴해 왔다.

에이피알의 성장 전략은 ‘스타 마케팅’이다.

가장 먼저 마케팅을 강화한 브랜드는 메디큐브로, 2017년 광고 모델로 방송인 유재석 씨를 발탁했다. 유 씨를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었고 7년간 모델을 교체하지 않아 ‘유재석 화장품’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메디큐브는 에이피알의 정체성이기도 한 ‘에이프릴스킨’의 매출을 넘어서며 회사의 간판 브랜드가 됐다.

2020년에는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가 직접 등장해 널디를 알렸다. 널디는 가수 지코와 아이유 씨 등이 입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매출은 론칭 첫해 58억원에서 2020년 544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가수 태연 씨를 모델로 발탁해 TV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전략이 통하자 에이피알은 2022년 에이지알의 모델로 배우 김희선 씨를 발탁했다. 에이지알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다. 최근 에이피알이 메디큐브보다 더 규모를 키우기 위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브랜드다.

최근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에이피알 측의 설명이다.

미국·인도 기반의 시장 조사 업체 빈쯔리서치는 2030년까지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1.2%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규모는 약 1782억 달러(약 23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관련 업체는 많지 않다. 2017년 LG전자가 내놓은 ‘프라엘’이 뷰티 디바이스의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이후 시장의 관심이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에서 소형 더마(피부 관리) 기기로 옮겨 가며 2019년 코리아테크의 ‘카사업’, 2020년 지온메디텍의 ‘듀얼소닉’ 등이 시장에 등장했다.

에이피알은 2021년 2월 최초의 뷰티 디바이스를 출시했고 같은 해 3월과 7월 새로운 기기를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에이지알은 론칭 2년 만에 누적 판매 70만 대, 매출 150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자료=에이피알, 그래픽=박명규 기자)

7000억 몸값, 1조원까지 키운다

그 결과 에이피알의 전체 매출은 2019년 1590억원에서 2020년 2199억원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2591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은 3977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1억원에서 392억원으로 452.1% 늘었다. 한국 매출 비율이 55%, 해외가 45%를 차지한다.

에이피알은 상장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기업 가치 7000억원을 인정받아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에도 성공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NH-수인베스트먼트 혁신 성장 인수·합병(M&A) 투자 조합, SJ 파트너스, IBK기업은행 등이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에이피알은 2020년 상장하려고 했다. 2020년 6월 미래에셋대우를 주간사 회사로 선정, 같은 해 9월 한국거래소에 예비 심사 청구를 제출했지만 11월 철회 신청서를 제출하며 상장을 포기했다. 거래소 측이 지배 구조를 보완하라고 지적한 때문이다. 당시 김 대표의 지분은 37%, 에이피알 산하의 에이피알에퀴티홀딩스의 지분은 18%였는데 양분된 지분을 합치라는 것이 거래소의 요구였다.

에이피알 측은 거래소의 요구 사항을 보완하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에이피알은 넥스트스테이지(구 에이피알에쿼티홀딩스)를 김 대표 소유로 전환하고 지난해 3분기 기준 지분을 3.8%까지 낮췄다. 김 대표의 지분은 35.6%다.

이와 함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를 론칭하고 해외 진출을 강화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에이피알은 한국 외에도 미국·일본·중국·홍콩·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연간 약 20만 대 규모로 뷰티 디바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추후 남미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해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기술 개발에도 집중했다. 에이피알은 지난 1월 뷰티 디바이스 전문 연구 시설 ‘에이디씨(ADC)’를 개소하고 30여 개의 특허를 확보했다. 이 밖에 디바이스와 함께 판매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화장품의 제형 연구·임상센터 운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에 유치한 프리 IPO 자금을 뷰티 디바이스 사업에 재투자한다. 뷰티 디바이스 기획·개발부터 제조·유통까지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전 과정에 걸쳐 ‘수직적 프로세스’ 구조를 내재화해 더욱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공급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에이피알은 기업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정체성을 ‘패션 뷰티 기업’에서 ‘뷰티테크 기업’으로 설정했다. ‘뷰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클리닉 뷰티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사업 목표를 내세우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