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몰리면 어떻게 하나"…中企 근로시간 개편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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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근로시간 개편안 현장의견 수렴 간담회 열어중소기업계가 노동계가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을 '주69시간 근로제'라고 왜곡 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포괄임금 악용 사례만 부각시켜 모든 중소기업을 악덕업체로 몰지 말아달라"고 지적했다. 현행 주 52시간근로제로 상당수 중소기업은 생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근로자 역시 임금 감소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동계가 근로시간 총량 증가로 왜곡…주69시간은 극단 사례"
급여 줄어 수도권도 투잡족 많아져…"美처럼 자율에 맡겨야"주장도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시간 제도개편에 대한 중소기업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근로시간 제도개편 관련 중소기업 현장 의견수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제조·IT·출판·도소매·전시 등 다양한 업종별 중소기업 협동조합 이사장·임원 20여명 참석해 현장 애로사항을 호소했다.한 디지털출력복사업체 대표는 “대학교 복사실을 예로 들면 4개월 일하면 2개월 방학이 있어 업무강도 차이가 크고 대규모 학회가 열릴 때면 철야까지 해야 할 만큼 업무가 집중되는데 현행 주52시간 제도로는 유연하게 근무할 수가 없다”며 “근로시간 제도개편은 일이 있을 때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추가채용을 하려고 해도 인력을 구할 수가 없어 경직적인 주52시간 제도에서는 갑자기 주문이 몰릴 때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한 전산유지보수업체 대표는 “고객사가 요청하는 시간에 현장에 들어가서 작업을 할 때가 많다"며 "고객사 요청에 따라 일해야하는 하도급 업체(중소기업)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유연화가 마치 근로시간 총량을 늘리는 것처럼 왜곡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 소프트웨어개발업체 대표는 “언론에서는 극단적인 사례가 많이 보도되고 있지만, 장시간 근로를 하는 기업이나 연장근로를 실시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면서 “포괄임금 악용 사례만 부각시켜서 모든 중소기업을 악덕업체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패션칼라(염색)업체 대표도 “정부가 개별기업의 근로시간 한도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생산량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어떻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처럼 아예 연장근로 한도를 없애는 것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지방 뿐만 아니라 수도권 소재 산업단지만 가도 주52시간제로 인해 급여가 줄면서 '투잡'을 뛰는 근로자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중소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은 최근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생계비 지출이 늘어나 연장근로 가산수당이 필요해 연장근로를 거부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참석자는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중장년, 제조업 근로자 얘기가 정부에 제대로 전달이 안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인들은 연장근로 한도 위반으로 형사처벌 위험, 가산수당 부담 때문에 불필요한 연장근로는 거의 제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근로시간 제도개편의 핵심은 연간 근로시간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단위기간 내에서 근로시간 배분을 유연하게 하여 노사 합의에 의한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제도개편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멈추고, 중소기업 업종 그리고 직종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감안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취합한 의견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계 건의사항을 정부와 국회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