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우리가 세계의 관문"…하늘길 공격적 확장

제2 국적사 리야드에어 설립하고 네옴시티에도 항공사 예정
걸프지역 항공시장 치열한 경쟁에도 대규모 물량공세 '자신감'
사우디아라비아가 걸프지역 항공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도 제2, 제3의 국적 항공사를 설립하고 48조원 규모의 여객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으로 하늘길 확장에 나섰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폐쇄적인 이슬람 왕국에서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거듭나려는 시도의 하나로 항공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달 수도 리야드를 "세계의 관문"으로 변화시키겠다며 제2 국적사인 리야드에어(Riyadh Air) 설립을 발표했다.

그 직후 사우디는 리야드에어와 기존 국적사 사우디항공(Saudia)이 보잉 787 드림라이너 78대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옵션으로 43대를 추가 구매할 수 있어 이를 합친 121대의 계약 규모는 370억달러(약 48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경제가치는 보잉 역사상 5번째로 큰 규모라고 AFP는 전했다.

리야드에어는 2025년 운항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또한 홍해와 인접한 사막·산악지대에 5천억 달러(651조원)를 들여 서울의 44배 크기로 건설하는 스마트 도시 '네옴(NEOM) 시티'에 또 다른 국적 항공사 '네옴 에어라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항공사의 클라우스 괴르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네옴 에어라인이 2024년에 운항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네옴시티가 글로벌 항공 허브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우디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리야드 신공항 킹 살만 국제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킹 칼리드 국제공항은 연간 여객 3천500만명을 수용하는데 2030년 완공 예정인 신공항은 연 1억2천만명 규모로 지어진다.

사우디의 이러한 공격적인 항공산업 투자 행보는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 다변화 정책인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리야드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같은 국제 비즈니스 중심 도시로 키우고 저탄소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를 건설해 미래 경제 대국으로 거듭나는 데에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 800만명인 리야드 인구가 2030년에는 1천500만∼2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옴 인구는 2030년 150만∼200만명, 2045년에는 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통해 국가 전체 인구도 현재 3천400만명에서 2030년 5천만명, 2040년 1억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무함마드 알-자단 사우디 재무장관은 이러한 성장 계획을 고려할 때 제다에 본사를 둔 사우디항공은 메카 성지순례 수요에 집중하고, 이와 별도로 리야드를 중심으로 국적 항공사가 필요하다고 AFP에 설명했다.

국제공항협의회(ACI)는 이 지역 공항의 여객 수요가 2019년 4억5천500만명에서 2040년 11억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카타르항공이나 에미레이트 항공 등의 경쟁이 치열한 걸프지역 항공업계에서 사우디 국적사들이 후발주자로서 얼마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로버트 모지엘니키는 사우디의 새 국적 항공사 설립과 신공항 건설에 대해 "'일단 만들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같지만 대규모 항공기 발주를 밀어붙일 만큼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 분석가인 알렉스 마케라스는 "이미 경쟁사가 많아 승객들의 선택 폭이 넓은 걸프지역 시장에서 이웃 나라 항공사들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라스는 다만 소유주가 사우디 국부펀드인 점 등 풍부한 자금력이 리야드에어의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카타르 항공 관계자는 AFP에 "우리는 미래의 거물을 상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