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혁신의 시대, 가장 중요한 자산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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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지금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AI)은 우리 일상을 바꿔버린 스마트폰 이상의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이런 기술이 더욱 무서운 건 아직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미래를 전망하고 있지만, 실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최고의 천재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조차 아이폰을 선보일 때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팟’ 정도로 정의했던 것을 보면 미래가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서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2년 전 애플은 앱 가입자 동의 없는 데이터 수집을 금지해 페이스북 등 앱 제공자들이 하는 맞춤형 광고를 막았다. 최근에는 챗GPT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의 검색 광고 비즈니스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파괴하겠다고 나서고 있다.향후 금융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기존 서비스나 비즈니스 방식에 대한 파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산업도 이미 IT에 대한 투자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금융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지금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금융산업도 이제는 금융회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 종사자들은 과거보다 열린 마음과 자세를 갖고 혁신을 이끌거나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혁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신뢰’이다.
최근 미국 은행들의 파산 사태로 인해 금융회사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큰 손상을 입었다. 금융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고객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신뢰에 의문이 생기는 순간 모바일로 서로 연결된 고객들은 순식간에 행동하고, 규모에 관계없이 금융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필자는 평소에 자산운용업의 본질은 ‘자산을 쌓는 것(Building AUM)’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것(Building Trust)’이라고 생각해왔다. 혁신 경쟁이 치열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금융 환경 아래서 이제는 개별 회사뿐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절체절명의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향후 금융산업이 돌파해 나가야 할 여정은 매우 험난해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금융산업 종사자들의 결기와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