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안보실장 전격 사퇴…후임에 조태용 내정

金 "국정운영에 부담 안주겠다"
방미 직전 외교·안보라인 재정비
대통령실 인적개편 속도 관측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대통령 핵심 참모가 물러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대사(사진)를 내정했다.

김 실장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이제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의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되고 있어서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윤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인 김 실장은 대선 출마 전부터 외교·안보 부문 자문을 제공한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이다.

김 실장은 하루 전 ‘윤 대통령이 방미 일정 조율 과정 등에서 외교·안보 라인 쇄신의 필요성을 느꼈고 김 실장 교체가 비중 있게 검토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사실무근”이라고 사퇴설을 일축했다.

김 실장의 사퇴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 조율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에는 외교 업무를 총괄하는 이문희 안보실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김일범 의전비서관도 10일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엿새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현직 주미대사인 조태용 안보실장 내정자는 인수인계 작업을 거쳐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조 내정자는 대미·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으로 2020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대사에 발탁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라인의 잇따른 교체 인사는 여러 시행착오가 누적된 결과”라며 “필요하면 눈치를 보지 않고 지체 없이 인사를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김 실장의 사퇴가 대통령실 인적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