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쓴 손님들이 왔다갔다…한국 마트인 줄 알았어요"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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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치킨 판매대 앞 서성이는 외국인
K문화 알리는 전진기지 된 롯데마트
"암 쏘 핫 난 너무 예뻐요. 암 쏘 쿨 난 너무 멋져." (원더걸스-'쏘핫')지난 29일, 인도네시아 롯데마트의 소매 1호점인 자카르타 간다리아시티점에서 원더걸스의 2008년 히트곡 '쏘핫'이 흘러나왔다. 6777㎡ 규모의 이 매장에서 사람들은 불닭볶음면, 신라면, 밀키스 등 한국 가공식품 코너를 둘러봤다. 김밥, 떡볶이, 양념치킨 등 K푸드 판매대 앞도 북적였다. 여느 한국의 롯데마트와 비슷했지만 여성 손님들이 히잡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곳 매장이 인도네시아 마트란 점을 알 수 있었다.롯데마트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젊은 인구가 많은데다 경쟁력있는 현지 유통업체가 없어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2018년 중국 사업을 전면 철회했다. 동남아시아는 중국 시장에 비해 정치적 관계에 따른 시장 변동 위험성도 적다는 판단도 깔렸다.
롯데마트의 동남아시아 사업 가운데 비중이 큰 건 인도네시아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매출액은 1조804억원으로 롯데마트 동남아시아 사업 매출액의 73.4%를 차지했다. 현지 도매마트 시장 점유율도 46%로 1위다. 인구 50만명 규모의 중대형도시에는 90% 이상 출점한 상태다.
롯데마트 도매점이 현지에서 자리를 잘 잡았다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롯데마트는 소매점포를 늘려가며 도·소매 점포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화산 섬이 많다는 지형학적 조건과 현지 인프라 사정으로 중간유통업자가 도매점포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소매점포로 전달하는 유통구조가 현지에서 발달했다는 점을 반영했다. 작년부터는 도·소매 법인의 상품 조직을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도매점포를 '롯데쇼핑인도네시아(LSI)'라는 법인으로, 소매점포는 '롯데마트 인도네시아(LMI)'라는 법인으로 별도 운영하고 있다. 도·소매 법인이 달라 제품 소싱도 분리해 진행해왔다. 작년부터는 소싱작업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신선식품·비식품 상품조직은 이미 통합이 완료된 상태다. 향후 가공식품 상품조직도 통합할 예정이다.
롯데마트 소매점 해외점포 출점 전략은 현지화다. 인도네시아 소매점포를 'K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꾸민 것도 일종의 현지화 전략에 속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 방문객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K문화'의 핵심에는 'K푸드'가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점포에서 판매할 한식을 개발·연구하는 푸드이노베이션랩(FIL)을 출범했다. FIL을 통해 인도네시아 셰프를 대상으로 한식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델리코너의 K푸드를 강화하자 간다리아시티점의 전체 매출액은 50% 불어났다.현지화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자체브랜드(PB)' 상품 강화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은 2016년부터 PB상품을 개발해왔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PB 제품 상품품목수(SKU)는 1000개에 달한다. 베트남 진출 초기(2010년)엔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했던 PB 상품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는 15%까지 올라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지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직진출했기 때문에 현지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동남아시아에서 빠르게 점포 수를 늘려갈 수 있었던 것도 현지화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