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약개발 3인방 모두 물러나…신임 수장에 제조 전문가

이관순·권세창·우종수 시대 마감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을 지휘해 온 '경영 3인방' 이관순 권세창 우종수 시대가 마감했다. 이들 중 마지막으로 한미약품 대표직을 유지했던 우종수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다. 후임으로 취임한 박재현 대표(사진)는 제조공정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이사회는 전날 박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약사 출신인 박 대표는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등의 업무에 집중해왔다. 한미약품 팔탄공장 공장장을 역임한 뒤, 그는 제조본부장을 맡아왔다. 신약 개발 업무를 지휘해 온 연구개발 부문 출신이 대표직을 맡아온 것을 고려하면 이번 임명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이끌고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약물지속형 플랫폼 랩스커버리 발굴을 지휘한 이관순 전 부회장과 권세창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퇴임했다.

당시 한미약품 안팎에선 남은 우종수 대표가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충분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오랜기간 한미약품 경영진으로 참여하면서 신약 개발 사업 등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연임이 결정된 우 대표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였다. 하지만 전날 우 대표까지 퇴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선 '갑작스러운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재연장 임기인 3년에서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이 전 부회장과 권 전 대표가 고문으로 물러난 지 세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우 대표 퇴임도 지난해 12월께 함께 논의됐지만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해 결정만 미뤄졌던 것"이라며 "경영진 세대교체가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이번 이사회 구성이 '의약품위탁생산(CMO) 등 신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신임 대표에 오른 박 대표가 그동안 한미약품 내부에서 의약품 품질관리 고도화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는 이유에서다.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과도한 의미부여라며 선을 그었다. 새 이사진 구성은 생산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연구개발 등 전문가가 주축이 돼 회사를 이끌겠다는 의미일 뿐 사업 구조 변경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전날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제조 전문가인 박 대표와 함께 서귀현 연구개발(R&D)센터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이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의장은 신유철 사외이사가 맡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통 제약 지주회사로는 이례적 결정"이라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준법 경영과 ESG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30일 15시 3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