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마스터' 선수, 청각장애 야구부…이게 실화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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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일본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29). 그는 현대 프로야구에서 찾아보기 힘든 ‘투타(투수와 타자) 겸업’ 선수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미국과의 결승전 당시 지명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가 9회 초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야구팬 심장 두드릴 '실화 콘텐츠'
日만화 '메이저' 스토리, 오타니 신화와 닮아
韓드라마 '스토브리그' 구단 사무국 얘기 다뤄
시속 160㎞의 강속구를 던지며 시즌 중 30개 이상의 홈런을 치는 거포. 오타니는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불린다. 그의 성공 신화가 때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다. 실제 그의 선수 인생은 일본의 야구 만화 <메이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미쓰다 다쿠야가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주간소년선데이’에 연재한 이 만화는 주인공 시게노 고로가 야구 선수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시게노는 투타 겸업이 가능했던 괴물 같은 선수로 묘사된다. 혹독한 훈련으로 어깨가 망가졌지만, 우투우타와 좌투우타를 오가며 메이저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다만 WBC 결승에선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현실에서 오타니의 우승이 사뭇 더 놀랍게 다가오는 이유다.
야구의 감동은 스크린 속에서도 재현된다. 이런 스토리가 실제 있었다면 믿어질까. ‘루키(2002)’는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서 활약한 지미 모리스의 이야기다. 1999년 데뷔해 2년간 15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4.8을 기록한 지극히 평범한 투수. 하지만 모리스는 남들이 다 은퇴할 나이인 36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활약했다. 2년간의 짧은 메이저리그 생활을 끝낸 그는 “꿈을 이뤘다는 하나만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2011년 개봉한 한국 영화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고등학교 야구부가 봉황대기에 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각색해 만들어졌다.야구팬 중엔 2019년 말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사진)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스토브리그는 경기가 없는 겨울에 팬들이 난로(stove)에 모여 이듬해 선수 영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데서 유래했다. 선수를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는 다른 야구 콘텐츠들과 달리 이 드라마는 시선의 주체를 구단 사무국으로 옮겼다. 부진한 성적, 팬들의 외면, 간판 스타들의 텃세로 점철된 꼴찌 구단 드림즈. 팀을 되살리기 위해 새롭게 부임한 백승수 단장(남궁민 역)의 사투를 그렸다.
“날이 따뜻해지는 걸 보니 이제 제 역할은 끝났군요. 지금부턴 감독 코치진과 선수들이 잘 해낼 거라 믿습니다.”
시즌 개막을 앞둔 백 단장이 한 말이다. 다음달 개막하는 한국프로야구 리그가 더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