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 완전관해의 함정…암 자연관해 논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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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임상시험에서 완전관해 환자가 나왔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 자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이는 임상 물질이 암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로 읽히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준다.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한두건의 완전관해 사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암 환자 특성 상 치료하지 않아도 종양이 사라지는 자연관해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암 자연관해에 관한 연구결과는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암종에 따라서도 다양한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일본 도쿄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저널오브메디컬케이스리포트에 공개한 논문(DOI:10.1186/s13256-015-0578-8)도 그 중 하나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불일치복구정상(pMMR) HER2 음성 자궁경부암 재발 환자의 자연관해 사례를 보고했다. 치료가 어려운 악성 재발암 환자에게서 암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한 사례다. 환자는 일본에서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은 56세 여성이다.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것은 1997년이다. 그해 8월 질 출혈 증상으로 산부인과를 찾았고 골반 촬영에서 자궁경부에 1~2cm 크기 종양이 있는 게 확인됐다. 당시 암 병기는 2A였다. 환자는 암 치료를 위해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방사선 및 항암 치료도 받았다.
이 환자의 종양표지자 검사 수치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5월부터다. 2003년 4월 CEA 검사 수치는 47.5ng/mL, CA19-9는 139U/mL, CA-125는 344U/mL까지 상승했다. 다음달 림프절 조직 검사를 받았고 재발암 판정을 받았다. 의료기관에선 환자에게 항암제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환자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를 하지 않았지만 2004년 1월 환자의 종양표지자 검사 수치는 떨어졌다. 2005년 1월 CA19-9는 33U/mL, CA-125는 180U/mL까지 하락했다. 같은해 6월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선 림프절 부분의 재발암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일상생활을 하던 환자는 2006년 10월 다시 종양표지자 검사 수치가 상승했다.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에선 쇄골 부분 림프절에도 새로운 종양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또다시 종양 크기가 줄었다. 2012년 9월 다시 림프절에 종양이 생겼다가 2014년 2월 크기가 작아졌다. 환자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하게 18년 넘게 생존했다.
연구진은 "악성 종양의 자연관해 사례 자체도 드물지만 자궁경부암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하는 일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희귀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인체 면역계와 암 세포가 계속 경쟁하면서 이런 경과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면역계의 전투력이 강해지면 암이 줄었다가, 약해지면 암이 다시 진행하는 상황이 반복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PD-1/PD-L1 반응이 이런 암의 진행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평가했다.암이 자연히 사라진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은 아니다. 세계 의학계에서 암 자연관해 개념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1966년부터다. 에버슨과 콜은 치료하지 않거나 암과 관련없는 치료만 받았는데도 악성 종양이 사라지는 것을 '자연퇴행(자연관해)'으로 정의했다. 당시 연구진은 1900~1960년 사이 보고된 176건의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이후 암 환자 6만~10만명 중 1명 꼴로 암 자연관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다. 이런 자연관해 환자의 절반 이상은 악성 흑색종, 신장암, 신경모세포종 등을 앓고 있었다.
신약 개발 임상 연구를 할 때 완전관해 사례가 한두건 나타나도 크게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특별한 치료없이도 치료됐을 자연관해를 임상 약의 효과로 오인할 수 있어서다. 국내 한 신약임상 전문가는 "신약의 약효는 한두건의 완전관해 사례가 아닌, 통계적 근거가 분명한 표준화된 임상 데이터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31일 9시 23분 게재됐습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 자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이는 임상 물질이 암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로 읽히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준다.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한두건의 완전관해 사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암 환자 특성 상 치료하지 않아도 종양이 사라지는 자연관해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암 자연관해에 관한 연구결과는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암종에 따라서도 다양한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일본 도쿄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저널오브메디컬케이스리포트에 공개한 논문(DOI:10.1186/s13256-015-0578-8)도 그 중 하나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불일치복구정상(pMMR) HER2 음성 자궁경부암 재발 환자의 자연관해 사례를 보고했다. 치료가 어려운 악성 재발암 환자에게서 암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한 사례다. 환자는 일본에서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은 56세 여성이다.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것은 1997년이다. 그해 8월 질 출혈 증상으로 산부인과를 찾았고 골반 촬영에서 자궁경부에 1~2cm 크기 종양이 있는 게 확인됐다. 당시 암 병기는 2A였다. 환자는 암 치료를 위해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방사선 및 항암 치료도 받았다.
이 환자의 종양표지자 검사 수치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5월부터다. 2003년 4월 CEA 검사 수치는 47.5ng/mL, CA19-9는 139U/mL, CA-125는 344U/mL까지 상승했다. 다음달 림프절 조직 검사를 받았고 재발암 판정을 받았다. 의료기관에선 환자에게 항암제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환자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를 하지 않았지만 2004년 1월 환자의 종양표지자 검사 수치는 떨어졌다. 2005년 1월 CA19-9는 33U/mL, CA-125는 180U/mL까지 하락했다. 같은해 6월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선 림프절 부분의 재발암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일상생활을 하던 환자는 2006년 10월 다시 종양표지자 검사 수치가 상승했다.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에선 쇄골 부분 림프절에도 새로운 종양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또다시 종양 크기가 줄었다. 2012년 9월 다시 림프절에 종양이 생겼다가 2014년 2월 크기가 작아졌다. 환자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하게 18년 넘게 생존했다.
연구진은 "악성 종양의 자연관해 사례 자체도 드물지만 자궁경부암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하는 일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희귀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인체 면역계와 암 세포가 계속 경쟁하면서 이런 경과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면역계의 전투력이 강해지면 암이 줄었다가, 약해지면 암이 다시 진행하는 상황이 반복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PD-1/PD-L1 반응이 이런 암의 진행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평가했다.암이 자연히 사라진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은 아니다. 세계 의학계에서 암 자연관해 개념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1966년부터다. 에버슨과 콜은 치료하지 않거나 암과 관련없는 치료만 받았는데도 악성 종양이 사라지는 것을 '자연퇴행(자연관해)'으로 정의했다. 당시 연구진은 1900~1960년 사이 보고된 176건의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이후 암 환자 6만~10만명 중 1명 꼴로 암 자연관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다. 이런 자연관해 환자의 절반 이상은 악성 흑색종, 신장암, 신경모세포종 등을 앓고 있었다.
신약 개발 임상 연구를 할 때 완전관해 사례가 한두건 나타나도 크게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특별한 치료없이도 치료됐을 자연관해를 임상 약의 효과로 오인할 수 있어서다. 국내 한 신약임상 전문가는 "신약의 약효는 한두건의 완전관해 사례가 아닌, 통계적 근거가 분명한 표준화된 임상 데이터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31일 9시 23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