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코미디 망한다"던 그 토론…'레전드매치'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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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유시민 100분 토론 1000회 출연MBC '100분 토론'이 오는 4월 9일 1000회를 맞이하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기념 방송에 출연한다. 홍 시장과 유 전 이사장이 100분 토론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선 토론이 큰 화제를 모았던 만큼 이번 토론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 시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월 9일 밤 9시부터 MBC 생방송 100분 토론 1000회 기념으로 유 전 장관과 하기로 했다"며 "4년 전 100분 토론 때 공격수와 수비수가 바뀐 이번 토론은 정해진 각본 없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격의 없이 예능처럼 토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적어 출연 사실을 알렸다.앞서 홍 시장과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0월 22일 당시 각각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100분 토론에서 맞붙은 바 있다. 둘은 당시 이른바 '조국 사태', '고위공수처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두 사람의 토론 영상은 3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이따금 유권자들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소환되며 회자하고 있다. MB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러니 코미디 프로가 망하지'라는 제목의 해당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가 무려 약 1167만회에 달한다. '공정과 개혁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TK(대구·경북) 지역 선후배 사이인 홍 시장과 유 전 이사장은 자연스럽고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였다.
당시 홍 시장이 공수처 설립 반대를 주장하며 "법원은 이미 좌파 이념 법관들에게 지배가 다 됐다"고 하자 유 전 이사장은 "아니 외로우세요? 홍 대표님 보니까 언론도, 헌법재판소도, 법원도 좌파들이 다 장악하고, 온 세상이 시뻘겋게 보이고 나 혼자 파랗게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아니, 나는 빨갛게 있지"라고 능청을 떨며 방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또 홍 시장이 "원조 친노인 유재일 씨가 나치 정권에 괴벨스가 있었다며 문 정권에는 유시민, 김어준이 있다고 했다"고 하자 유 전 이사장은 "제가 괴벨스 같이 보이세요? 저하고 오래 알아 오셨잖아요"라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때 홍 시장이 유 전 이사장의 눈을 피하며 "그런데 나는 이야기를 못 하지"라고 웃으며 말하자 또 한 번 청중들 사이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고, 유 전 이사장은 "우리가 하루 이틀 알아 온 사이도 아니고, 제가 홍 대표님 보고 히틀러라고 그러면 되겠어요?"라고 받아쳤다.영상을 본 네티즌들 사이에선 "정치 토론이 항상 이랬으면 좋겠다", "서로를 헐뜯지 않고 배려하며 토론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진짜 보기 좋은 토론", "이런 게 정치라면 얼마나 좋을까", "주기적으로 봐줘야 한다", "저렇게 웃으면서 적당히 선을 지키며 토론하는 게 진짜 실력자들" 등의 호평이 나왔다. 상대 진영 정치인을 존중하지 않는 일부 기성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중이 신물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