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아꼈던 이유 있죠"…코스닥 상장하는 '멤스 장인' [인터뷰+]

황규호 마이크로투나노 대표 인터뷰

기술력 자신…매출 다각화·제품 추가 등 목표
공모자금, 공장 생산 설비 확충에 투입
황규호 마이크로투나노 대표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투나노 제공
"'멤스(MEMS) 기술'로 글로벌 20위 안에 드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황규호 마이크로투나노 대표(사진)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난 31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은 포부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20년 넘게 '멤스' 외길인생을 걸어온 멤스 기술의 대가다. 그만큼 자신감도 넘쳤다. 흑자 기업임에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 상장 방식을 택한 것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멤스란 미세한 3차원 구조물과 각종 센서를 만드는 기술로 마이크로투나노의 주력 제품인 프로브카드(반도체 웨이퍼의 불량을 잡아내는 장치) 제작에 활용된다.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인 만큼 국내 개발 가능한 업체가 몇 없다.

매출처 다각화 순항…중국 진출 본격화

마이크로투나노 본사 전경. 사진=마이크로투나노
마이크로투나노는 2000년 8월 설립된 프로브카드 개발·제조 전문 업체다. 프로브카드란 반도체 웨이퍼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장치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SK하이닉스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마이크로투나노는 황 대표 주변인들의 권유로 시작됐다. 대우전자는 사라졌지만, 연구원로 재직하던 시절 다져 놓은 멤스 기술을 활용해 벤처 창업에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프로브카드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당시 열풍이었던 광통신 쪽 제품 개발도 생각했지만, 고민하던 찰나 여기저기서 프로브카드 개발 요청이 들어왔다. 그렇게 이 분야에 뛰어든 게 지금의 마이크로투나노가 됐다.

"보유 기술(멤스)을 응용해서 처음으로 내놓은 게 프로브카드였어요. 당시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무작정 찾아가서 우리 이런 거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받아 줬어요. 운이 참 좋았다고도 볼 수 있죠"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의 인연은 15년이 넘는다. 현재 매출의 95.6% 이상(2022년 말 기준)도 SK하이닉스에서 나온다. 이렇다 보니 특정 고객사 매출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이크로투나노가 매출처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그 관문으로 택한 게 중국 시장이다. 회사는 이미 2021년 중국 내에서 판매를 맡아줄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등 현지 시장 진출 기반을 닦았다. 그 결과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 기가디바이스 등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황 대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기술 난이도가 높은 프로브카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미중 반도체 갈등이 우리에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해외 매출 비중이 작년 말 3% 수준에서 2025년 29% 수준으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D램·CIS용 시장 진출로 매출 확대

황규호 마이크로투나노 대표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투나노 제공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추가 매출 발생 기회도 엿보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투나노의 매출의 98%가 프로브카드에서 나오고 있다. 이중에서도 낸드플래시용 프로브카드 비중이 93.7%나 된다. 회사는 그간 해외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하이엔드급' D램용 프로브카드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프리미엄급 D램용 프로브카드의 첫 국산화 업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엔 기술력의 한계로 고사양의 D램용 프로브카드를 양산한 국내 업체는 없었다. 황 대표는 "고객사(SK하이닉스 등) 입장에서도 해외 업체보단 국내 업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가격 경쟁력도 있는 만큼 굉장한 매출 발생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낸드플래시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외 CIS 등 비메모리용 프로브카드 시장에도 도전한다. CIS는 곧 양산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이같은 신제품 개발·생산에 앞서 신규 설비 투자 비용이 필요했다. 상장에 나서는 이유다. 마이크로투나노는 공모 자금 133억원 가운데 약 84억원을 공장 생산 설비 확충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오버행' 이슈는 우려 요인

회사 측은 중국 시장, D램·비메모리용 프로브카드 매출 발생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2025년을 예상했다. 고정비 등 비용 감소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시점도 이즈음이 될 것으로 봤다. 2025년 매출 835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매출은 414억원,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집계됐다. 3년 만에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이 50%가 넘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너도나도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유통 가능 물량 중에는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와 리노공업이라는 우량한 주주가 대부분"이라며 "장시간 투자를 이어온 법인이거나 오랜 기간 함께한 퇴직 임직원인 만큼 쉽게 물량을 내놓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구주 없고, 100% 신주 모집이란 점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형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은 "일반 투자자의 경우 상장을 계획하기 훨씬 전부터 회사의 기술력을 믿고 들어오신 약간 전략적 투자자 개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를 좀 더 바라봐 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마이크로투나노는 다음달 10~11일 양일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같은 달 17~18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다. 총 100만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밴드는 1만3500~1만5500원이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