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카메라·뇌파거짓말탐지기…AI 감시기술 시험대 된 중동

NYT "UAE, 첨단 감시기술 공격적 도입…비판자 탄압 이용 우려"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만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여겨온 안면인식과 첨단카메라 등 인공지능(AI) 기반 감시 기술이 확산하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이 감시 신기술의 시험 무대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최근 두바이에서 열린 경찰 감시장비 전시행사에서 거짓말 탐지 뇌파 판독기, 전자담배 기구에 장착 가능한 소형 카메라, 1㎞ 밖 얼굴 식별이 가능한 비디오카메라 등 경찰이 사용할 미래 첨단 장비들이 대거 선보였다며 이같이 전했다.

특히 UAE 같은 중동 국가들은 막대한 돈을 투자해 차세대 보안 기술을 공격적으로 도입, 중국에서만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여겨져 온 대량 감시 도구가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NYT는 밝혔다.

이어 첨단 감시 기술의 사용 증가는 이런 기술이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나 정치권력 행사 방식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 다라 머리 교수는 "감시 도구들은 표면상 선의로 도시 개선에 사용될 수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도구도 될 수 있다"며 "의도치 않은 위축 효과를 일으키고 탄압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중요한 중동 동맹이지만 독재 정부로 평가받는 UAE는 첨단 감시 기술의 잠재력과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런 도구가 테러나 범죄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비민주적 정치권력의 버팀목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일명 MBZ) UAE 대통령 치하에서 UAE는 비판자들을 감시해왔고 국제앰네스티(AI) 등은 UAE가 페가수스 전화 스파이웨어 등을 사용해 정적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자행했다고 비난해왔다.

UAE에서는 시위와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지만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맞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UAE 기술기업 프리사이트 AI는 행사에서 자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카메라와 AI로 사람들을 식별하고 그들이 행사장을 움직이는 것을 직접 추적하는 시연을 하기도 했다. 두바이 경찰은 아랍어로 '눈'을 뜻하는 '오윤'(Oyoon)이라는 차세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오윤은 도시 전체 얼굴인식 프로그램으로 시내에 설치된 1만여 대의 카메라에 잡힌 사람 얼굴을 공항 세관과 주민 신분증 이미지 DB와 연결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행사장을 찾은 두바이경찰 최고사령관 압둘라 할리파 알 마리 중장은 "우리는 국민 사생활을 모니터링할 뿐 침해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장비들이 거슬릴 수는 있지만 '범죄 제로'라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해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의 디지털 권위주의'라는 책의 저자인 카타르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 마크 존스 교수는 "감시 기술은 사용 방식의 투명성과 감독 부족으로 항상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UAE는 지나치게 보안화 되어 있고 MBZ 정권하에서 보안에 너무 집중해 보안기술이 거의 물신화된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