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안 급브레이크…정책 주도권 가져가는 與

"한전, 뼈를 깎는 노력부터
노력 후 국민 설득이 도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울산 동구 옥동에서 국민의힘 신상현 후보 유세 현장에서 찬조 연설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과 정부가 2분기부터 인상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우려해 여당이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당에서는 에너지 공기업의 방만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31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전이 그동안 너무 방만하게 운영됐고, 엉뚱한 일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우를 범했다"며 "그런 우는 다 없어져 버리고 모든 책임을 다 국민에게 지우겠다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한 후에 국민들에게 어떻게 해 달라 라고 설득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만으로는 국민들에게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잠정 연기했다. 이틀 전 같은 회의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당정 간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박 정책위의장도 이날 김 대표와 같은 주문을 했다. 그는 "국제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 등 인상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 수렴을 좀 더 해서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며 "요금을 인상할 경우 국민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취임 후 당정관계가 본격적으로 달라지는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당이 정책 주도권을 가지고서 당정 협의를 제대로 민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약속이 지금 하나하나씩 실천되고 있는 것"이라며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로 그런 차원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주도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