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은행 위기를 비롯해 여러 소란스러운 사건 와중에 생각나는 말이 있다.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하라.’ 말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그 파장이 크다. 말 한마디에 국가, 세계에 큰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Daniel Henninger WSJ 칼럼니스트
아마르 알쿠다이리 사우디국립은행(SNB) 회장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던 이달 초, 알쿠다이리 회장은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인터뷰했다. 그의 발언이 공개된 뒤 SVB 파산 충격은 대서양을 건너 CS를 위협했다. 결국 스위스는 자국 은행 UBS가 CS를 인수하도록 했다. 알쿠다이리 회장은 결국 사임했다.
은행 위기 부채질한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말의 파급력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중 하나다. 막상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은 후회하지 않을지 몰라도, 많은 미국인에게 그의 ‘폭풍 트윗’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의사당 폭동 사건이 그의 발언과 관련이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서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했고,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해야만 하는 일(투표 결과 거부)을 할 용기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으킨 말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은 불행해졌다. 의사당에 난입한 수백 명은 전과자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동을 선동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내놓을 조사 결과는 공화당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 없는 공개 발언이 거대하고 피할 수 없는 정치적 혼란을 일으켰다.민주당도 마찬가지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는 경쟁자인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이들을 개탄스러운 집단(basket of deplorables)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말하기 전 숙고해야 한다는 지혜를 갖추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여러 실언 때문에 민주당은 그를 중심으로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게 난처해 보이기도 한다.
옐런 발언에 금융시장 요동
최근에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등장했다. SVB가 파산한 뒤 옐런 장관은 다른 은행의 예금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가 다음에는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포괄적 보험 적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상반된 발언을 이어갔다. 옐런 장관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공화당 대선 후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호전성과 치명적인 실수 사이를 오가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영토 분쟁이라고 표현했다가 구설에 올랐다.모두가 말실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뉴미디어 시대에는 공개적 발언이 정치적인 탄도미사일이 될 수 있다. 한 번 발사되면 되돌릴 수 없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ords That Cause Catastrophe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