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둘 곳이 없다"…레이싱걸 대신 모터쇼 띄운 '귀요미'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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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모빌리티쇼“그 많던 모터쇼 모델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로봇'이어도 괜찮아
과거 서울모터쇼, 수입차·모델들 내세워 흥행
코로나·전기차 바람에 타격…모빌리티쇼 변신
첫 참가한 테슬라, 해외 두번째 테슬라봇 공개
테슬라 팬들 "옵티머스와 인증샷 찍으러 가자"
전시장 돌아다니는 로봇개 등 볼거리 '쏠쏠'
‘2023 서울모빌리티쇼’가 열린 지난 31일. 테슬라 온라인 커뮤니티는 종일 들썩였습니다. 테슬라가 국내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이 행사에 처음으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전날 준대형 세단 모델S와 대형 SUV 모델X의 최상위 트림인 플래드를 국내 공식 출시했습니다. 또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모형을 중국에 이어 해외 두 번째로 한국에 공개했습니다.
'관람객 100만' 서울모터쇼의 추억
‘테슬람 기자’는 서울모빌리티쇼 공식 개막 하루 전인 29일 미디어데이에 고양 킨텍스 현장을 찾았습니다. 서울모빌리티쇼는 구(舊) 서울모터쇼가 2021년 이름을 바꾼 국내 최대 자동차 전시 행사입니다. 2년마다 열리며 올해로 14회째입니다.본 기자는 이 행사를 2013년부터 참관했습니다. 한때 서울모터쇼는 관람객이 100만명 넘게 몰리는 국내 최대 전시회였습니다. 2010년대 들어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렉서스 등 수입차 열풍과 함께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습니다.많은 전시 산업처럼 서울모터쇼도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습니다. 때마침 테슬라의 부상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은 전기·친환경차로 급속히 기울었습니다. 내연기관·고성능·럭셔리카를 내세워 관객을 모은 서울모터쇼엔 큰 타격이었습니다. 2021년 열린 13회 전시는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개최가 두 번 연기되고 행사장 규모도 대폭 축소됐습니다.한때 행사장을 가득 채웠던 레이싱걸 등 모델들도 ‘성(性) 상품화’ 논란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테슬라가 올해 처음으로 서울모빌리티쇼에 ‘출격’한 겁니다.
테슬라의 첫 등장
킨텍스 제1전시장 1번 홀 입구에 들어섭니다. 거대한 기아 부스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화려한 포르쉐 부스 맞은편 아담한 테슬라 부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부스 가운데 격자무늬 조명에 둘러싸인 모델S 플래드입니다. 이 격자무늬는 ‘플래드’의 상징입니다. 차량 뒷면에도 로고처럼 부착돼 있습니다.플래드라는 이름은 스타워즈 패러디 SF영화 ‘스페이스볼’에서 최고 스피드 단계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 영화의 광팬이고 미국의 테슬라 팬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언어유희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름에 걸맞게 국내 전기차 중 가장 빠른 가속 능력을 자랑합니다. 3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최고 출력 1020마력 △최고속도 시속 322㎞ △제로백(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 2.1초의 성능을 지녔습니다. 서킷을 나가지 않는 이상, 공도에선 슈퍼카라도 적수가 없습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83㎞. 국내 가격은 1억3749만원입니다.
차 문을 열고 앞좌석에 앉아봅니다. 독특한 디자인의 요크 스티어링 휠과 17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외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니멀한 실내 인테리어는 테슬라의 전매특허와도 같습니다. 벤츠나 BMW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차분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집니다.모델S 플래드 바로 옆엔 대형 SUV 모델X 플래드가 있습니다. 3열 좌석에 최대 7인까지 탑승이 가능합니다. 뒷좌석의 ‘팰컨 도어’는 아이들을 태우기 쉽게 문이 하늘 위로 열립니다. ‘아빠 차 끝판왕’으로 불릴 만합니다. 가격은 1억5349만원입니다.
백미는 테슬라봇 ‘옵티머스’
테슬라 부스엔 주력 차량인 모델S·3·X·Y가 전시됐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팬들에게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국내 최초로 전시된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입니다. “테슬라봇과 인증샷 찍으러 서울모빌리티쇼에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이 로봇은 머스크가 작년 9월 ‘AI 데이(인공지능의 날)’에 두 번째로 공개한 제품입니다. 당시 머스크는 “2만달러(약 2600만원) 가격으로 3~5년 내 이 로봇을 수백만 대 생산할 계획”이라며 “인류 문명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옵티머스의 제원은 키 173㎝, 몸무게 73㎏입니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거대한 로봇과 달리 은빛의 매끈한 모습입니다. 움직인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모형입니다. 그렇다고 만듦새가 어설퍼 보이진 않습니다.우선 어깨와 무릎 등의 관절에 장착된 액추에이터(전기 에너지를 물리적 운동으로 바꿔주는 장치)에 눈길이 갑니다. 작년 테슬라는 이 장치를 로봇 한 대당 6개로 줄여 ‘자연스러운 동작’을 일부 포기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구르고 춤을 추는 전시용이 아닌, 실제 단순 반복 노동에 투입할 로봇을 만들겠다는 의도입니다.
등 부위엔 배터리팩을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보입니다. 여기엔 2.3kWh 용량의 소형 배터리팩이 장착됩니다. 모델3 스탠다드 배터리(60kWh)의 4% 수준입니다. 작년 테슬라는 1회 충전으로 온종일 활동할 수 있게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옵티머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시장의 귀요미’ 로봇들
서울모빌리티쇼의 로봇은 옵티머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전시장 곳곳 각양각색의 로봇들이 관람객을 반깁니다. 우선 현대차 부스만 해도 세 가지 로봇이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모빌리티 연구조직인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배송 로봇과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그리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입니다.배송 로봇은 거대한 캡슐 모양에 4개의 바퀴가 달렸습니다. 최근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서빙 로봇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입이 열리면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로봇은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을 합니다.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습니다.전기차 충전 로봇은 외팔형 로봇입니다. 로봇팔이 전기차 충전구 덮개를 열고 코드를 꽂습니다. 충전이 완료되면 충전기를 뽑아 제자리에 돌려놓고 덮개를 닫습니다.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운전자는 주차만 하면 됩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향후 3~4년 뒤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족보행 로봇 ‘스팟’도 전시됐지만 움직이진 않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스팟의 몸통엔 수많은 카메라가 달려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순찰·점검 등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스팟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다른 로봇 개를 전시장에서 마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 60’은 마치 강아지처럼 돌아다니며 관객들을 맞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스스로 다니진 못하고 사람이 주변에서 리모컨으로 조종합니다. 최대 구동 시간은 210분입니다. 2015년 미국에서 설립된 고스트로보틱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쌍벽을 이루는 사족보행 로봇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한국에서 생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