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기부도 재미있게…'문화 나눔' 즐기는 김지훈 대표

고래 죽음 막는 '신묘한 자판기'…수익금은 튀르키예 아동 후원
환경 지키는 '캥거루 플로깅' 구상…"나눔 공유하는 문화생태계"
"기부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흥미롭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
'문화가 순환하는 도시'를 표방하는 사회적기업, 문화통신사협동조합 김지훈 대표는 1일 마음속에 담아뒀던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공연·축제 기획, 홍보, 도시 재생 사업을 하면서 '문화 나눔'에 눈을 떴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나눔은 지난 2월 18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했던 '신묘한 자판기'다. 이름도 생소한 이 자판기는 환경, 교육, 예술의 집합체다.

김 대표는 문화 예술계 지인 40여명과 폐지를 오리고 붙여 14개의 신묘한 자판기를 만들었다.

이를테면, 고래가 그려진 종이 자판기에 1천원을 넣으면 새우 과자가 종이컵에 담겨 나온다. 이 과자를 가족, 연인, 지인이 자판기 뒤로 돌아가 뚫린 구멍 사이로 받아먹는다.

인간의 이기로 버려진 플라스틱을 고래가 먹고 죽는 문제가 매년 반복되는데, 고래에게 플라스틱이 아닌 새우를 먹이로 주자는 환경 캠페인인 셈이다.

신묘한 자판기는 기계에 재활용 쓰레기를 넣으면 동물의 사료를 얻을 수 있는 튀르키예의 착한 자판기를 보고 고안했다.
새우 과자를 사기 위해 지불한 1천원은 튀르키예 지진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과자를 다 먹으면 네모난 쿠폰이 주어지고 쿠폰 뒤에 이름을 적어 기부함에 넣는다.

단순히 '1천원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입니다'라고 알려주기보다 자신이 기부자임을 인식할 수 있는 뿌듯함까지 선물한다.

이외에 지구 그림에 당근, 오이를 넣는 '탄소중립 채식 자판기', 전주의 역사를 알려주는 '문화해설 자판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날 하루 신묘한 자판기에 참여해 튀르키예 아동을 후원한 인원은 1천여명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런 식으로 즐겁게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며 "완주교육지원청과 함께 신묘한 자판기 행사를 더 크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플로깅(운동과 쓰레기 수거를 동시에 하는 활동)에 빠졌다.

모악산을 지금껏 13번 오르며 쓰레기를 주웠다고 한다.

여기에 재미를 덧붙여 고안 중인 것이 '캥거루 플로깅'이다.

캥거루 옷을 입고 등산을 하면서 주운 쓰레기를 앞주머니에 넣는데, 배가 많이 나온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고 적게 나온 사람들끼리는 캥거루 권투를 붙이는 유쾌한 상상이다.

환경 정화에 재미를 덧씌운 이 활동을 보완, 발전시켜 실천으로 옮기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지역 공동체를 문화·예술로 아우르던 김 대표가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된 것은 부안의 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한 할머니 덕이다.

그는 2015년 부안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문화 공연을 하다가 이 할머니에게 과분한 밥상을 받았다.

공연을 가면 항상 밥상 가득 음식을 차려주던 할머니는 "나누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몇 해 전 세상을 뜬 할아버지를 "생전에 봉사활동도 많이 하면서 남을 위해 살다 간 양반"이라고 표현하고 자신도 평생을 이웃과 나누며 살고자 한다고 했다.

이 말에 깊이 감동한 김 대표는 이후 자신의 재능에 나눔을 더한 활동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 그는 "문화·예술로 실천하는 봉사와 나눔이 재미있었으면 하는 게 내 자그마한 소망"이라며 "이런 생각을 모두가 공유하고 지지하는 문화 생태계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