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땐 배당株가 강해…포트폴리오 비중 높여라"

'뱅크데믹' 불안…월가의 조언은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전반적인 경기 악화"

증권가 "배당株 주목"
닷컴 버블 당시
평균 수익률 7%
S&P500은 -8%

하논암스트롱·CVS헬스
저평가 매력에 고배당
맥도날드 눈여겨봐야
불황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에서 배당주와 우량주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고 유럽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매각되자 ‘금융회사발(發) 경기 침체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배당주가 과거 경기 침체기에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낸 점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다시 뜨는 배당주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권 대출이 1% 줄어들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이 어려움을 겪으면 대출이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닐 카슈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은행 위기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더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채권왕’으로 꼽히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악화한 상태이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만 남았다”고 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면서 증권가에서는 “배당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배당주가 과거 경기 침체기에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거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걸프전으로 유가가 단기 급등했던 1990년 7월에서 1991년 3월 사이 미국 S&P500지수는 5% 상승한 데 비해 주요 배당주 44개의 평균 수익률은 8%를 기록했다.‘닷컴버블’ 붕괴 시기였던 2001년 3~11월에는 배당주 평균 수익률이 7%였고, S&P500지수는 8% 하락했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7년 12월~2009년 6월 사이에도 배당주는 S&P500보다 선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배당 수익률이 S&P500 종목 평균(1.7%)보다 높은 주요 배당주를 선별했다. 주가 상승 여력도 비교적 높아 배당과 매매차익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UBS는 미국 청정에너지 기업인 하논암스트롱과 약국 체인점인 CVS헬스를 주목하라고 했다. 하논암스트롱과 CVS헬스의 최근 12개월 배당수익률은 각각 5.59%, 3.24%였다. 두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기준 각각 28.2달러, 74.7달러였다. 월가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비하면 저평가됐다는 게 UBS의 설명이다. 하논암스트롱의 평균 목표주가는 43.4달러, CVS헬스는 113.05달러였다.SVB 파산 사태 여파로 주가가 단기 급락한 금융·은행주 가운데서도 우량주는 비교적 담아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헌팅턴뱅크셰어스와 피프스서드뱅코프의 최근 12개월 배당수익률은 각각 6.22%, 5.02%였다. UBS는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크게 빠져서 오히려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불황에 강한 우량주도 담아야

전문가들은 배당주뿐만 아니라 불황에 강한 우량주도 포트폴리오에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BS는 맥도날드가 대표적으로 불황에 강한 우량주라고 설명했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싼 물건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맥도날드 주가는 지난 3월 1일부터 30일까지 5.7% 올랐다.

‘립스틱 효과’의 대명사인 스타벅스도 비교적 불황에 강한 종목으로 꼽힌다. 립스틱 효과란 저가지만 소비자의 효용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상품의 경우 호황기보다 불황일 때 오히려 더 잘 팔리는 현상을 말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컸던 지난해 4분기에도 스타벅스 주가는 15% 넘게 올랐다. UBS는 “스타벅스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해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했다.엑슨모빌, 코스트코도 추천 목록에 들었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557억달러를 넘기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주가는 연초 이후 부진한 편이었지만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9% 넘게 올랐다.

코스트코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소매업종이지만 지난해에는 소비 위축 우려로 주가가 부진했다. 다만 재고자산 증가율이 최근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실적 흐름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코스트코 주가는 올해 들어 8.4% 올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