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구의 해피 eye] 망막박리, 응급질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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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에서 ‘응급’이란 증상이 나타난 뒤 치료하는 시기에 따라 치료 후 시력 회복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과에는 여러 응급질환이 있으며 그 가운데 대표적 질환이 ‘망막박리’다.

망막박리란 눈의 안쪽에 있는 신경막, 즉 카메라에 비유하면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이 여러 원인에 의해 원래 위치에서 떨어지는 질환이다. 공처럼 생긴 우리 눈의 안쪽에는 ‘유리체’라는 젤리 같은 물질이 채워져 있고 이 유리체는 망막과 비교적 단단히 붙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유리체가 물처럼 변하면서 유동성이 증가해 망막에서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망막이 같이 찢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눈에 아무런 이상이 없던 사람도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다. 물론 고도근시가 있거나, 눈을 다친 경험이 있거나, 눈 속 염증을 앓은 경우 유리체의 변화가 더 흔히 그리고 일찍 나타나기 때문에 망막박리 발생 가능성도 증가한다.
망막박리 환자의 안저
망막박리는 원인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망막에 구멍이 생겨 발생하는 열공망막박리가 제일 많다. 또 증식당뇨망막병증에서 견인막의 수축으로 망막이 떨어지는 견인망막박리, 망막이나 맥락막의 염증으로 생기는 삼출망막박리가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비문증과 광시증이 있다. 비문증은 말 그대로 눈앞에 거미줄이나 검은 점, 또는 그림자나 검은 구름 등이 보이는 증상을 말하며 여러 망막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단순 비문증일 경우 처음에는 눈 앞에서 어른거려 불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개 옅어지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된다. 다만 기존의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질 때, 눈앞에 가리는 증상이 느껴질 때는 꼭 안과 진료를 받아 확인해야 한다.광시증은 눈을 좌우로 움직일 때 번쩍이는 불빛이 보이는 증상이다. 망막은 시각적인 정보를 다루는 곳이어서 망막이 찢어지면 통증이 아니라 번쩍이는 불빛을 느끼게 된다. 만약 비문증과 광시증이 동반되면 더욱 주의를 요한다.

망막박리는 응급질환에 속하므로 증상이 발생하면 정밀검사해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아직 망막박리까지 진행하지 않은 경우엔 레이저 광응고술로 비교적 간단히 치료할 수 있지만 일정 범위를 넘어 망막박리가 발생했다면 유리체절제술, 공막돌륭술 같은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후 시력 회복은 수술 전 망막 상태, 망막박리 범위, 망막이 떨어져 있던 기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수술 전 망막 상태가 건강하지 못했다면 수술로 망막을 재유착시키더라도 시력을 원상회복시키기 어렵다. 특히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이 떨어진 경우는 수술 전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고 망막박리 기간이 길수록 시력 회복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수술받는 것이 좋다.

김철구 김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