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쓰레기통인 줄"…갈 길 먼 '다회용컵' 사용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재활용컵 10개 중 3개는 돌아오지 못했다
월요일 오전 11시, 을지로입구역 인근 스타벅스에서 만난 고객 A씨는 이날 들고 온 다회용컵 13개 중 8개만 반납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씻어온 컵인데도 기기는 이 중 2개를 ‘반납 불가능한 컵’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급하게 매장을 나와야 했다.
다회용컵 반납기가 설치된 스타벅스 프레스센터점(사진=임대철 기자)
정부가 일부 지역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과 함께 다회용컵 사용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회용컵 사용 문화가 실생활에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음료를 다 마신 뒤에 다시 컵을 반납하러 매장에 와야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이 아예 주문을 취소하거나, 반납기를 쓰레기통으로 오인하는 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일고 있다.

다회용컵 10개 중 3개는 돌아오지 못해

3일 다회용컵 반납기 운영업체 해피해빗에 따르면 서울·세종·제주 지역 해피해빗 반납기 설치 매장의 평균 컵 회수율은 2021년말 63%에서 2022년말 61.7%, 올해 2월 말 기준 71%로 지속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10개 중 3개는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입 3년차를 맞이한 서울시(회수율 81%)와 달리 제주시(2021년 7월 시작)와 세종시(지난해 11월 시작)에서는 여전히 60%대의 회수율을 나타냈다.
해피해빗 다회용컵 회수율
현재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다회용컵 반납기는 해피해빗 반납기다. SK텔레콤이 서울특별시, 재단법인 행복커넥트와 협업해 2021년 ICT기반의 다회용 컵 순환 시스템 해피해빗을 만들었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정부 기관, 지방자치단체, 소상공인 카페 등 약 60개 단체가 해피해빗 반납기를 사용중이다. 음료 테이크 아웃을 원하는 고객은 보증금 1000원을 내고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간 뒤에, 해피해빗 반납기가 설치된 매장에 재방문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반납기를 쓰레기통으로 오인하기도

회수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번거로움이다. 다회용컵의 크기와 모양이 동일하기 때문에 반납기를 찾기만 하면 보증금은 어렵지 않게 돌려받을 수 있다. 을지로의 스타벅스에서 해피해빗 다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한 고객이 청계천변의 투썸플레이스 해피해빗 반납기에 컵을 반납할 수 있는 구조다.하지만 반납기가 위치한 매장은 서울 시내 85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중구, 강남구 등 오피스 상권에 몰려있어 매장에 그대로 버려지는 다회용컵이 적지 않다. 스타벅스 무교로점에서 근무하는 조모 씨(33)는 “어르신들의 경우 반납기 사용법을 몰라 ‘컵을 버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단체 관광객들이 주문을 넣었다가 반납 절차를 듣고는 취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납기 관리도 쉽지 않다. 이날 찾은 파리바게뜨 서소문점 반납기는 투입구가 막혀있었다. 직원 B씨는 “소비자들이 다회용컵 수거함을 쓰레기통으로 오인해 컵 대신 쓰레기를 자주 버렸다”며 “반납기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이 직접 컵을 세척해 기기에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여의도에서 카페를 운영중인 탁모씨 또한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싶어 작년 10월부터 반납기를 들여놨지만 손님들이 반납기를 자주 사용하지 않아 올 초부터는 전원을 꺼두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더 강력한 제로웨이스트 정책 예고

서울시는 지난달 일회용컵 1000만개 줄이기를 목표로 올해 더 강력한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카페 운영자 입장에서는 다회용컵을 수거하고 세척하는 비용이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14온스(414mL)짜리 플라스틱 컵은 개당 39~55원이지만 다회용컵 수거·세척·컵 재지급 비용은 개당 100원에서 최근 150원까지 올랐다. 고장수 카페사장연합회장은 “현재는 다회용컵 처리 비용의 절반을 서울시에서 보조해주고 있지만 한시적인 금액 보조로는 점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제/오유림/최해련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