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 인근 주민들 대피령"…인왕산 불 3시간째 진화 작업
입력
수정
홍제동 개미마을 등 인근 120가구 주민 대피서울 부암동 인왕산 6부 능선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지면서 소방당국이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20건 넘게 발생한 상태다.
축구장 약 32개 면적 달하는 임야 소실돼
2일 오전 11시 53분께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인왕산 6부 능선에서 원인 미상의 불이 나 소방 당국이 3시간째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오후 2시30분 기준 소방 236명 등 인력 총 580명, 헬기 9대를 포함한 장비 85대를 투입해 불길을 잡고 있다.불은 인왕산 북동쪽 자하미술관 인근 기차바위 쪽 능선에서 발생해 정상 부근으로 번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2시51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2단계는 관할 소방서와 인접 소방서를 포함한 1개 권역의 인력 및 장비가 모두 출동하는 단계로 대응 최고수준(3단계) 바로 아래 단계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입산을 통제하는 한편, 홍제동 개미마을 등 인근 주택가로 연기가 확산함에 따라 주민들에게 대피를 안내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인근 120가구 주민이 홍제 주민센터, 인왕초등학교, 홍제2동 주민센터, 경로당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파악했다.이 불로 현재까지 축구장 약 32개 면적에 달하는 임야 0.23ha가 소실됐다. 인명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정윤교 종로소방서 행정과장은 "70∼80% 진화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불이 산등선을 타고 성덕사 약수터 등으로 넘어가면서 개미마을 쪽으로 퍼졌다.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불길을 잡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 충남 홍성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자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은 긴급 대처에 나선 상태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1시 20분부로 긴급중앙통제단을 가동하고 오후 2시12분 직원 비상소집을 했다.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도 민가로 옮겨붙는 등 확산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충남 홍성군 서부면 한 산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 당국은 낮 12시 40분 산불 2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1시20분께 3단계로 상향했다.
헬기 17대와 장비 11대, 진화대원 189명이 동원됐으나,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강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근 민가 2채가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모두 대피를 마쳤다.
산불은 순간풍속 초속 10m 강한 바람으로 급격히 확산해 오후 2시 현재 화선은 약 8km, 산불 영향구역은 200ha로 추정되고 있다. 충남도는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구성했고, 중부지방산림청도 공동 대응하고 있다.대전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현재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낮 12시 18분께 대전시 서구 산직동 한 산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불을 끄고 있다. 인근 요양원 입소자 등 40여 명 전원이 대피했으며, 서구는 전 직원을 비상 소집했다. 현재까지 민가 등 시설 피해는 없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산불과 관련,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산림청과 소방청을 중심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진화와 예방에 총력을 다하라"며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등 관계 부처는 유관 기관의 헬기, 인력 등 가용 자원이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가동하라"고 전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건조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많은 지역 상대습도가 20% 이하로 떨어졌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순간풍속이 시속 35㎞(10㎧) 안팎으로 불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