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 당뇨환자 인체 환경 재현 '당뇨칩' 개발

국내 연구진이 2형 당뇨병 환자의 인체 환경을 재현한 연구용 당뇨칩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지방세포별 영향을 분석했더니,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당뇨병 진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원재연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와 조동우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3차원(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칩을 만들었다. 이를 세계 학계에 처음 보고했다고 3일 밝혔다.1개의 칩 위에 2형 당뇨병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췌장 간 지방조직 혈관 등을 유기적으로 배열한 생체칩을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췌장베타세포 지방세포 대식세포 간세포 등을 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한 뒤, 각 장기 세포층에 혈관내피세포, 생체적합 플라스틱 등을 추가해 순환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든 칩이 실제 2형 당뇨병 환자의 인체와 유사하게 작동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를 활용해 지방조직과 2형 당뇨병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당뇨병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망막세포를 활용해 2형 당뇨병 대표 합병증인 당뇨병성 망막병증 칩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당뇨병성 망막병증 악화에도 내장지방이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앞선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이 줄어들면 당뇨병성 망막병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밝혀냈다.원 교수는 "2형 당뇨병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지만, 조직별 미세 환경을 재구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가 당뇨 합병증 연구와 약제 개발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공학 관련 국제학술지 애드밴스드펑셔널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인용지수=19.924), 분자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저널오브몰레큘러사이언시스(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인용지수=6.208)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