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더 못 먹겠네요"…배달비 부담에 앱 닫는 이용자들 [오정민의 유통한입]

가격·배달비까지 도미노 인상

2월 온라인 배달음식 주문 11.5% 감소…감소폭 역대 최대
코로나 기간 거침없이 성장했지만…엔데믹에 성장세 '주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달음식 주문이 역대급으로 줄었다. 올 2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한 온라인 배달음식 주문액수가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다. 최근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며 역대 최대폭으로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 외식물가 상승에 배달비 부담 등이 겹치면서 이처럼 배달음식 수요가 확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월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 감소폭 '역대 최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월 온라인 배달 음식 주문이 2017년 이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3일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18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5% 줄었다.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7년 이래 역대 최대 폭 감소다.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배달앱와 홈페이지 등 온라인 주문 후 배달되는 음식의 거래액을 통칭한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감소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감소폭 7.9%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월 8.3% 감소했다. 2월에는 감소폭이 한층 커져 10% 넘게 줄어들었다. 또한 2월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월보다도 9.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시장 성장을 이끈 배달 앱을 통한 음식 배달도 줄었다. 2월 모바일쇼핑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동월보다 11.1% 감소했다.

코로나가 키운 음식배달 수요 꺾였다

사진=한경DB
배달음식 수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폭풍 성장했으나 지난해부터 주춤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4월 거리두기 조치 전면 해제 다음달인 5월에는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1년 전보다 3.2% 감소했다. 같은해 6월에는 반등했으나 7월부터는 감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그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0~2021년 이어진 고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2020년 78.1%에 달했던 온라인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 증가율은 2021년 50.9%로 꺾였고, 지난해에는 1.7% 증가에 그쳤다.

배달음식 시장 성장에 큰 역할을 한 배달앱 이용자 자체가 줄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지난 2월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는 지난해 2월보다 18.5% 감소한 2922만명으로 집계됐다. 3사의 MAU는 지난해 1월(3623만명)부터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외식물가 고공행진에 배달비 부담까지

사진=뉴스1
업계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데다 외식 물가 고공행진, 한층 커진 배달료 부담 등을 배달음식 수요 감소 요인으로 꼽는다.

배달앱 기업들이 프로모션을 축소하면서 소비자의 배달료 부담은 건당 1000원 안팎에서 5000원 안팎까지 뛰었다. 일부 업주는 배달비 부담을 메뉴 가격에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가해 소비자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 시내의 배달을 운영하는 음식점 2곳 중 1곳이 배달앱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비싸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시에는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 통상 10%가량 더 비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입점 서울 음식점 34곳 메뉴 1061개 가격을 조사한 결과, 58.8%(20곳)이 매장과 배달앱 메뉴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 메뉴별로는 총 1061개 중 51%(541개) 가격이 달랐고, 519개(97.8%)는 배달앱이 매장보다 비쌌다. 소비자원은 "매장보다 비싼 배달앱 메뉴의 평균 가격은 6702원으로 매장 평균 가격(6081원)보다 10.2%(621원) 높았다"고 분석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소상공인 상당수가 배달앱이 중개수수료, 광고비를 인상할 때 음식 가격과 배달비를 올린 결과다. 소비자원이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 외식업주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개 수수료 인상 시에는 49.4%, 광고비 인상 시에는 45.8%가 음식 가격이나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올리거나 음식량을 줄였다고 답했다.

소비자들도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가격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2023 국내외 외식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성인 소비자 1267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배달앱 이용시 음식·음식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21.1%)가 음식 가격을 꼽았다. 전년도 조사에서는 '리뷰'가 1위(23.7%)였으나 올해는 3위(14.7%)로 밀렸다. 또한 배달 주문 시 배달앱을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2021년 54.1%에서 지난해 49.8%로 떨어진 반면 음식점에 직접 가서 주문한다는 응답은 11.5%에서 15.9%로 높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2023 국내외 외식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성인 소비자 12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배달앱 이용 시 음식·음식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가장 많은 21.1%의 응답자가 음식 가격을 꼽았다. 자료=aT '2022~2023 국내외 외식트렌드' 보고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외식물가 고공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기준 대표 외식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1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16.5% 뛴 자장면을 비롯해 삼겹살(12.1%), 삼계탕(11.1%), 김밥(10.4%)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비빔밥(8.7%), 냉면(7.3%), 김치찌개(7.5%) 등도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aT는 "올해는 외식 물가와 배달료 인상 등의 요인이 작용해 지불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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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