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현장서 '여직원 귀가' 지시 논란…대전시 "배려 차원"

"심사숙고 덜 된 판단…물의 일으켜 죄송"
"남은 인원들끼리 열심히 해보겠다는 취지"
"진화 작업 어려움…최대한 가용 인원 투입할 것"
지난 2일 대전시에서 발생한 산불로 진화 작업이 좀처럼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전시에서 공무원들에게 발송한 문자.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지난 2일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대전시에서 남성 소방 공무원만 산불 대응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일부 공무원들 사이 "대전시에서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밤사이 여직원들은 귀가시키고 남직원들만 비상근무에 투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이들이 공개한 대전시에서 발송한 메시지에는 "산불 현장에 비상 대기 중인 여직원 및 집결 중인 여직원은 귀가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발송된 '산불 관련 근무 안내'라는 제목의 메시지에는 "산불 비상근무를 위해 남자 직원들은 3일 오전 6시까지 동편 주차장에서 버스에 탑승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대전시에서 근무 중이라는 소방 공무원 A씨는 "처음엔 특정 장소로 전 직원 소집 문자를 보내더니 1시간쯤 뒤엔 여직원들은 돌아가라는 문자를 보냈다"며 "남아서 들어갈 장소도 없이 대기하는 남직원들이 안타까웠고, 결국 누군 남고, 자리 떠나는 여직원들도 서로 불편한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3일 오전 대전시 서구 산직동 산불 현장을 찾아 진화율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일각에서는 산불 진화 인력 투입 관련, '성차별 논란'이 제기됐다.다만 대전시청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산불로 인해 시청 전 직원 뿐만 아니라 구청 직원 동원돼서 진화하게 됐는데, 당시 대략 모인 인원이 1000여명 정도였다"면서도 "진화 작업이 오래 이어지면서 일몰이 지고 날이 어두워졌다. 또, 산세도 험하고 위험하다 보니, 필수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철수해서 귀가하고 들어오자고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어려운 산을 탄다든지, 물건을 나른다든지 근력 적으로 여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어 배려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며 "심사숙고가 덜 된 판단이고, 여러 가지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자만 배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고, 남은 인원들끼리 열심히 진화에 집중해보자는 취지"라며 "세세한 부분까지 더 생각하고 (공무원들에게) 안내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태가 워낙 긴박했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생각과 다르게 전달됐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전했다.
지난 2일 대전 서구 산직동과 맞닿은 충남 금산군 복수면에서 산불이 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날 낮 12시 18분께 대전시 서구 산직동 한 산에서도 불이 나 소방 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불을 진화하기 시작했다. 서구는 재난 문자를 잇달아 발송하고 "강풍으로 인해 불이 민가로 확산하고 있다"며 "인근 주민들은 즉시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근 요양원 입소자 등 40여 명 전원과 주민 300여명 등 총 340명이 대피했다. 대전시와 5개 자치구 전 직원이 비상 소집됐다. 현재까지 인명·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도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탓에 현재까지도 1500명가량의 인원이 투입해 불을 진화하고 있다.이와 관련,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산림청 기준으로 현재 81% 진화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바람이 어떻게 확산할지 몰라 현재 진화율이 떨어진 상태"라며 "초진이 완료가 안 돼 진행 중이고, 군부대 헬기 등을 투입하는 등 최대한 가용 인력을 투입해서 진화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불 진화를 위해 현재 소방대원 이외에도 군부대, 경찰, 의용소방대, 적십자 등 자원봉사자 여러 명이 진화에 투입된 상태다. 인명 피해는 지금까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