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댄디 보이' 서울의 얼굴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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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맹 신작 '서울' 7일부터 전시“한국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반했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월 방한 때 한국에 빠진 자맹
"한국 미술 사랑에 영감 얻었다"
귀국하자마자 작품 '서울' 작업
태극기 떠오르게 하는 색 조합
꽃으로 '韓 문화예술 열정' 상징
"우리 지역도 와 달라" 요청 쇄도
내달 4일 부산에서 개최하기로
서울 투어를 마친 해외 아티스트를 인터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들이다. 이유도 똑같다. 하나같이 ‘떼창’으로 대표되는 한국 관객의 역동성과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을 꼽는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미국 래퍼 에미넘이 2012년 내한공연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팔을 위로 올려 하트를 날린 것도, 지난달 영국 출신 가수 해리 스타일스가 태극기를 흔들며 “사랑해요 서울”을 외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지난 2월 한국을 찾은 프랑스 화가 다비드 자맹(52)도 비슷한 걸 느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6층 ALT.1(알트원)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다비드 자맹: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기자간담회 참석차 방한한 그는 “전시장과 팬 사인회에 몰린 인파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저 멀리 프랑스에서 온 작품을 보기 위해 발품을 판 한국인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주는 울림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귀국한 자맹은 프로방스 작업실로 돌아가자마자 붓을 들었다. 서울에서 느낀 벅찬 감동을 캔버스에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에서 받은 감동을 특유의 ‘내면 자화상’ 양식으로 그렸다. 작품명은 ‘서울’. 그림의 중심 색인 붉은색과 푸른색은 태극기의 색을, 주황·분홍색 꽃은 한국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을 상징한다. 자맹은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다”며 “한국 관객들의 사랑으로 충만해진 내면을 자화상 형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주최한 한국경제신문사와 비아캔버스는 이 작품을 7일부터 전시장에 걸기로 했다. 신미리 한국경제신문 큐레이터는 “지난달 자맹이 갑자기 연락해 ‘한국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며 이미지를 보내왔다”며 “작가와 협의를 거쳐 기존 전시에 작품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지난 2월 4일 개막한 자맹전은 이달 2일까지 4만1000여 명이 둘러봤다. 전시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됐는데도 알트원 전시장은 매일 700여 명의 관람객으로 꽉 찬다. 최근 1년간 알트원에서 열린 전시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 지난달 16일 태국 출신의 유명 방송인 마일 팍품과 아포나타윈 등 국내외 유명 인사도 둘러봤다. SNS에는 ‘N차 관람’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SNS를 타고 흐르는 관람객의 호평에 자맹의 그림을 찾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주최 측은 “지방에서도 전시를 열어달라”는 지역 미술 애호가들의 요청에 먼저 부산을 찾기로 했다. 다음달 4일부터 31일까지 한섬이 운영하는 플래그십스토어 더한섬하우스 부산에서 전시를 연다. 대구에서도 전시 개최를 협의 중이다.
주최 측은 작품 추가를 계기로 알트원 전시장을 다시 찾는 N차 관람객에게 입장료를 깎아주기로 했다. 유료 실물 티켓을 지참한 관객에게 30% 할인한 가격에 티켓을 판매한다. 재관람 관객에겐 새 작품 ‘서울’을 모티프로 제작한 소정의 사은품도 증정한다.전시 티켓은 인터파크와 네이버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더현대서울 휴점일인 17일에는 휴관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