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은 우아한 예술"…'CEO 자매'가 바꾼 작업장

국내 1위 용접 기자재社 일흥
이지현 대표·이정현 연구소장
"여성과 거리 먼 일" 편견과 싸워
점유율 70% 용접면 등 국산화
이정현 일흥 연구소장이 용접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일흥
땀에 젖은 작업복, 뜨거운 불꽃, 매캐한 연기가 연상되는 용접은 대표적인 3D산업으로 인식된다.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용접에 평생을 바친 여성들이 있다. 국내 대표 용접용 기자재 기업 일흥을 이끄는 이지현 대표(45)와 이정현 연구소장(43)이 주인공이다. 친자매인 이 대표와 이 소장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용접은 그 어떤 작업보다 고도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예술적인 분야”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일흥은 고(故) 이건국 창업주가 1976년 부산 서면 공구 거리에 터를 잡으면서 시작됐다. 1977년 ‘무궁화표 용접면’으로 불리는 ‘벌커나이즈드 화이바 용접면’을 출시하면서 기반을 다졌다. 용접면(사진)은 작업자 얼굴에 튀는 불꽃을 막기 위해 마스크처럼 쓰는 안전용품으로,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 등 각종 산업 현장에 두루 쓰인다.

이 대표는 “용접 기자재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마분지로 면체를 만들고 이음매 부분을 리벳(금속 전용 굵은 못)으로 박은 용접면을 제작했다”며 “지금도 일흥 제품은 용접사들로부터 ‘국민 용접면’으로 불린다”고 했다. 국내 용접 분야 최초로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받은 무궁화표 용접면의 국내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일흥은 용접면 외에도 외국에 의존하던 각종 용접 기자재를 국산화했다. 내열 싱글케이블, 용접 보안면, ‘플렉시블 토치보디’, 용접토치, 흄(용접할 때 나오는 매연) 집진 시스템, 웰딩호스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인 것이다. 직원 40여 명의 국내 대표 용접기자재 회사로 성장한 일흥의 지난해 매출은 138억원이다.

2000년 일흥에 입사한 이 대표는 2016년 부친의 뒤를 이어 대표 자리에 올랐다. 여성이 무슨 용접을 하느냐는 핀잔 및 편견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이 대표는 “용접이 남성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기에 여성이 유리한 부분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소장도 “용접할 때 불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용접은 예술적이고 우아한 직업”이라고 거들었다.

이 대표는 “조선, 자동차, 건축 등 주요 산업에는 용접이 반드시 쓰인다”며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용접에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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