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데크 산책로 '화학 물질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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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해야할 산림진흥원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수백억원 규모의 무장애나눔길을 조성하면서 외국산 방부목과 플라스틱이 포함된 합성데크 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보호와 산림생물자원 보존에 앞장서야 할 기관이 정작 현장에서는 환경보호와는 거리가 먼 자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장애나눔길에 수입 데크 사용
화학물질 노출에 생태계 악영향
"재활용도 안돼…탄소중립 역행"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16개 시·도가 관리하는 등산로, 수목원, 치유의 숲 등 산림휴양지 120곳에 무장애나눔길을 조성했다. 무장애나눔길은 장애인·임산부·노약자 등 보행 약자들이 산 정상까지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경사도를 낮춘 데크 산책로다.진흥원이 7년간 조성한 무장애나눔길 구간은 122.4㎞에 이른다. 정부가 복권기금으로 마련한 녹색자금(474억86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분담금(128억6700만원) 등 총 603억53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중 진흥원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무장애나눔길에 사용한 목재를 전수 조사한 결과, 53곳 중 절반이 넘는 33곳이 수입 목재를 사용했다. 국산 목재를 쓴 지자체는 20곳에 불과했다.
수입·국산 목재는 대부분 방부 처리 제품을 사용한다. 방부목(ACQ)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특성상 부식, 곰팡이, 해충 등을 막기 위해 구리 등의 화합물을 목재에 침투시켜 만든다. 사용이 중단된 방부목(CCA)과 달리 비소와 크롬 등의 유해 성분은 없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부목에 적용한 각종 화학 성분이 시간이 흐르면서 빗물 등 외부 환경에 의해 토양에 스며들고, 주변 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목재 표면에 바르는 오일스테인도 문제다. 대표적 환경오염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데크를 설치한 지자체들은 목재 사용 기간을 늘리기 위해 1~2년마다 오일스테인을 바른다. 정부가 오일스테인의 VOC 함유량을 관리하지만, 노출 정도에 따라 눈과 피부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일스테인을 칠한 목재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데다 소각하면 유해가스를 배출해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수입 목재를 소각 또는 재활용하지 못하고, 우리 땅에 묻어야 한다. 정부의 탄소중립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환경 전문가들은 목재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준일 전남대 환경공학 박사는 “방부목과 합성데크, 오일스테인에 들어간 화학 및 플라스틱 성분은 잠재적인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화재에도 안전한 친환경 데크 소재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안전성 확보, 산림 훼손 최소화, 국산 목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며 “해당 지자체가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자재 사용에 대한 개입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