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도 꺼도 되살아나는 산불…인왕산, 5시간 만에 재발화

산불 '강풍과의 싸움'

홍성도 이틀째 불길 안 잡혀
영주는 소방대응 3단계로 격상

4일 밤부터 반가운 비 내릴 듯
3일 새벽 충남 홍성군 서부면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재에 뒤덮인 나무 사이로 물을 뿌리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시작된 홍성 산불로 이날 오후 4시 기준 67동의 건물이 불에 타고 약 1000만㎡의 숲이 화재 영향권에 들었다고 밝혔다. 산림청 제공
지난 2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발생한 35건의 산불 중 상당수가 진화됐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새로 산불이 나면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충남 홍성·금산 등에선 소방과 산림청이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밤샘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번 산불 중 가장 규모가 큰 홍성 산불은 강풍 탓에 다시 확산하는 모양새다.3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경북 영주, 경기 광주, 전남 순천 및 함평 등에서 새로 11건의 산불이 났다. 함평 대동면 야산에서 이날 오후 12시19분 발생한 산불은 최대 풍속 초당 11m의 바람을 타고 급속히 옮겨붙고 있다. 소방은 대응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진화헬기 7대와 장비 47대, 인원 728명을 긴급히 투입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오후 2시께 발생한 경북 영주 산불은 150ha가 넘는 면적에 피해를 입혔다. 소방은 대응 단계를 3단계로 높이고 장비 100여 대와 인력 600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홍성 산불은 전날 밤샘 진화작업에도 이날까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전 11시께 진화율이 73%까지 올라갔지만 다시 바람을 타고 확산됐다. 오후 4시께 진화율은 58%까지 떨어졌다. 5.3㎞까지 줄었던 화선(火線)은 8.0㎞로 증가했다. 즉 산불 진화속도보다 옮겨붙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이다.

소방은 초대형 헬기 1대를 포함해 총 16대의 진화 헬기와 산불진화대원 1821명을 투입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홍성에선 이날 오전 1시30분께 주불 정리가 완료됐던 최초 발화지로부터 300m 떨어진 야산에서 다시 불이 났다. 초당 10m 넘는 바람이 불면서 남아있던 불씨가 다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홍성 주민들은 대피해 있던 서부면 서부초 대피소 앞까지 불이 접근하자 다시 갈산면 갈산중으로 긴급히 이동했다. 충청남도 조사에 따르면 홍성 산불의 원인은 벌목 중 작업자가 피운 담뱃불로 추정된다. 이 산불은 지금까지 민가 32곳, 축사 4곳 등 67곳의 시설을 불태웠고, 영향 구역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세 배가 넘는 1054ha에 달한다. 홍성, 함평, 영주 산불을 비롯해 금산, 순천, 당진, 남양주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전날 발생한 전남 고흥, 전북 정읍, 충남 보령 등 5건의 산불은 날이 바뀌면서야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서울 인왕산 산불이 발생 25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37분 완전히 꺼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방은 오후 6시21분께 ‘개미마을 부근 인왕산 중턱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인왕산 6부 능선에서 다시 진화작업을 벌였고, 잔불 감시 인력을 재배치했다.

산불 진화의 관건은 날씨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상청은 서해상을 지나 이동해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4일 밤부터 전국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