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부터 비대면 진료 허용' 법안 나왔다

입법 레이더

국회 '유니콘팜' 곧 발의
재진만 허용한 기존 법안과 달리
원칙적으로 초진 환자까지 확대
세부사항은 복지부 시행령으로

진료 범위는 진단·상담·처방까지
관련 스타트업에 법적 지위 부여
'99% 초진' 플랫폼 업계는 환영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 발의를 앞두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절대다수가 감기 등으로 찾는 초진 환자인데도,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모두 재진에 대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에선 이대로 제도화되면 관련 스타트업이 줄줄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본지 2023년 3월 15일자 A1, 4면 참조

‘안 되는 환자’만 명시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스타트업 연구 모임 유니콘팜은 ‘특별히 제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해 공동 발의 도장을 받고 있다. 대표 발의자는 유니콘팜 공동 대표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법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초진·재진 원칙을 따로 담지 않았다. 사실상 초진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열어둔 것이다. 대신 허용 환자 범위의 세부 사항은 보건복지부가 추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공을 넘겼다.기존 발의된 법안이 허용 환자 범위를 ‘만성질환자·정신질환자 등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한 환자’ 등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과 대조된다. ‘되는 환자’ 대신 ‘안 되는 환자’를 규정한 ‘네거티브 규제’다. 이용자의 99%가 초진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서는 환영하고 있다.

법안은 비대면 진료 범위를 건강·질병의 지속적 관찰, 진단, 상담, 내원 안내 및 처방까지로 규정했다. 다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 방사선 사진·영상 촬영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진찰받는 환자가 본인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환자가 마약류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 등에 대해선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도록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업체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에 다음달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하향되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사실상 운영을 종료해야 한다. 법안은 이런 플랫폼업체를 신고제, 우수기업 인증제 등을 통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도록 했다.

총대 메고 나선 유니콘팜

‘초진’ 비대면 진료 법안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로선 숙원사업이지만, 여야 모두 처음부터 법안 발의에 적극적인 건 아니었다. 여당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음에도 의사단체 등을 의식해 소극적이었고, 야당도 정권이 바뀐 만큼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국회엔 재진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4건 계류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대를 메고 입법화에 나선 건 유니콘팜이다. 유니콘팜은 이 법안 대표 발의자인 김성원 의원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를 맡아 여야 의원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 연구 모임이다. 유니콘팜은 간담회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호소를 듣고 법안 발의를 결정했다.

특히 복지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 의원은 민주당이 비대면 진료에 대해 ‘재진 원칙’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의사, 약사뿐 아니라 플랫폼업체, 환자 등의 다양한 의견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수렴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강 의원 외 유니콘팜 소속의 김한규·이소영 민주당 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도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