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람 타고 날뛰는 산불, 꺼도 금세 되살아나"

'2단계 대응' 함평 산불, 복분자 공장 집어삼키며 확산
인원 780명 투입 야간 저지선 구축, 2개 면 주민 대피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날뛰었어요. 불을 끄면 금세 다른 쪽에서 되살아나는 상황이 종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3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한 야산에서 시작해 '대응 2단계'가 발령된 불은 순식간에 인접한 3개 마을로 확산했다.

산불 진화에 투입된 한 공무원은 "불이 순식간에 너비 100m가량 저수지 반대편으로 옮겨붙었다"며 "바람을 타고 불이 새처럼 날아가더라"고 말했다.

군과 산불 진화용 헬기가 이어달리기하듯 쉼 없이 물을 뿌려봤지만, 능선마다 피어오르는 연기 기둥은 좀체 위세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상에서는 옮겨 다니는 발화점을 쫓아 달리는 산불 진화 인력 수송 차량의 행렬이 굽이굽이 휘어지는 국도를 따라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불길이 대동면에서 인접한 신광면까지 옮겨가자 산림 당국은 오후 6시께 현장 지휘 본부를 연암마을 나대지에서 신광중학교 운동장으로 옮겼다.

당국은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가용한 모든 인력을 동원해 저지선 구축에 나섰다. 오후 7시 기준 소방관 136명, 의용소방대원 52명, 유관기관 공무원 498명, 군인 45명 등 781명이 투입됐다.

함평군은 모든 공무원을 밤샘 비상 소집했다.

이날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지만, 복분자 가공 공장 1곳이 불길에 휩싸이는 피해를 봤다.
대동면 주민은 교회 건물로, 신광면 주민은 게이트볼 경기장으로 각각 긴급 대피했다.

산림 당국은 오후 2시 45분께 산림 약 25㏊가 불에 탄 것으로 추산했다.

오후 7시 현재 피해 면적은 40㏊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진화를 마치는 대로 산불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