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의 간음죄, 올해 정부 과제서 제외…사실상 백지화

올해 이후에도 '해당 없음' 종결처리 검토…"여가부 폐지 확고"
여성 인권 보호와 무고 피해 예방의 관점에서 찬반 여론이 뚜렷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올해 정부 과제에서 제외된다.정책을 입안할 때 MZ 세대 여론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결정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성가족부의 올해 시행계획에 비동의 간음죄 신설 부분을 넣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민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정책을 정부 과제로 계속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인권단체 등이 요구해온 비동의 간음죄 신설은 형법상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폭행이나 협박 여부가 아닌 동의 여부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여가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포함했다가 법무부 등의 반대로 "법 개정 계획이 없다"고 물러선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이 법이 도입되면 합의해 성관계를 하고도 상대방 의사에 따라 무고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그 후로 여가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5개년 기본계획의 세부 로드맵인 2023년도 시행계획에서 이를 아예 삭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해당 과제를 이미 '완료'한 것으로 가정하고,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 시행계획에서도 '해당 없음'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제를 사실상 종결 처리해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다시 추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하는 셈이다.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절차상 기본계획에 있는 과제를 시행계획으로 종결 처리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동의 간음죄 도입의 백지화는 윤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과도 맞물려 있다.

대선 당시 여가부 폐지를 약속하며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끌어당긴 윤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MZ 세대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려 공들인다는 점에서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입장도 여전히 확고하다"며 "야당 반대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