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라는 남자'···명작 소설과 명배우의 따뜻하고 유쾌한 만남 [영화 리뷰]

유명한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엔 장단점이 존재한다. 관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빠르게 허물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원작에 못 미칠 경우 오히려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지난달 29일 국내 개봉한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이같은 위험을 극복하고 원작 못지않은 매력을 발산한다. 명작 원작 소설에 명배우 톰 행크스가 만나 막강한 시너지를 내는 덕분이다. 탁월한 조합으로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영화는 스웨덴 출신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2015)를 원작으로 한다. 46개국에 출간돼 총 800만부가 판매됐다. 그중 한국에서만 50만부가 팔렸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월드워Z'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등을 만든 마르크 포르스터 감독이 맡았다.

영화의 내용 대부분은 소설과 동일하다. 소설의 배경과 주인공 이름만 바꿨다. 스웨덴이 아닌 미국으로, 주인공을 오베에서 오토로 변경했다. 오토(톰 행크스)는 까칠한 동네 꼰대다. 동네 주차 단속, 분리수거에 매일같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사람들은 그런 오토를 ‘꼰대’라 하고, 오토는 이웃들을 ‘머저리’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에겐 남모를 사정이 있다. 사랑하는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후, 아내를 따라 자신도 죽을 결심을 한다. 하지만 죽으려고 한 순간, 이사온 이웃 부부로 인해 뜻하지 않게 죽음을 미루게 된다. 이후에도 몇번이나 삶을 포기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이웃들로 인해 죽음을 유보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 이민자·성소수자·독거노인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이웃과의 공존하는 법을 깨닫고, 삶의 의미도 되찾게 된다. 행크스는 까칠하면서도 이웃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하지 못하는 오토의 다층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를 통해 명작 소설에 더욱 생기와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오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도 눈여겨 봐야 한다. 그는 톰 행크스의 아들인 트루먼 행크스다. 부자(父子)가 한 캐릭터의 일생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더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