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얼룩말 '세로' 덕에 살맛나요"…대공원 상인들 '활짝' [현장+]

4일 오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모여 얼룩말 '세로'를 바라보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코로나 여파로 인파가 뚝 끊겼던 어린이대공원이 '핫플(핫플레이스)'가 됐다. 얼마 전 이곳 동물원을 탈출해 서울 도심을 확보한 얼룩말 '세로' 효과다.

세로는 2019년에 태어난 4세 수컷 그랜트 얼룩말이다. 지난 3월 23일 오후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우리를 부수고 탈출해 서울 시내를 활보하다 붙잡혀 3시간여만에 돌아온 뒤로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4일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개장 시간 전부터 현장 체험 학습하러 온 어린이와 중고등학생 무리로 북새통을 이뤘다. 평일 오전부터 '대국민 스타'가 된 세로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 모인 일반 시민들도 많았다.

전남 광주에서 왔다는 시민 홍모 씨(22)는 "동물원 스타가 있다길래 직접 보고 싶어 찾았다"며 "세로를 봤다고 SNS에 자랑도 하고, 꽃 구경도 하고 대공원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귀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근 고등학교에서 현장 체험학습을 온 김모 양(18)은 "지난해 평일에도 이곳으로 체험학습을 왔었는데, 그때보다 사람이 훨씬 많다"며 "같이 온 친구들도 세로를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겠다는 반응이고, 다른 동물들을 포함해 다 둘러보면 난 후 이곳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장체험 학습을 위해 동물원에 모인 학생들. /사진=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이런 탓에 세로의 '탈출 소동'으로 웃음꽃이 핀 건 단연 대공원 내 상인들이다. 대공원 상인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매출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대공원 운영팀에 따르면 입장객 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639만2836명에서 2020년 539만3378명으로 100만명가량 줄었다. 반면 세로가 탈출 후 동물원에 복귀한 직후인 지난 29일부터 사람이 갑자기 몰리더니, 매출이 30~50%가량 급증했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대공원 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김모 씨(50)는 "코로나 기간에는 하루 한두명 정도만 방문해서 장사를 몇개월간 쉴 정도로 정말 힘들었는데, 그 여파는 코로나가 좀 잠잠해졌던 지난해 5월 성수기까지 이어졌다"면서도 "최근 들어 세로를 보러온 시민들 덕에 하루 평균 매출은 기본 30%, 많이 몰리면 50~80%까지도 회복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주말에는 벚꽃까지 만개한 덕에 그야말로 매출 회복세의 '절정'을 찍었다. 대공원 내 '성수기'로 불리는 시즌보다 인파가 더 많이 몰린 것. 대공원 측 관계자는 "벚꽃이 만개하는 4~5월이면 주말 평균 4만명 정도의 시민들이 찾아주시는데, 지난 주말에는 세로를 보러오신 분들이 몰린 탓인지 하루 8만명 넘는 인원이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대공원 기준 성수기보다 2배가량 많은 인파가 몰린 셈이다.대공원 초입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 이모 씨(60)는 "세로 덕분에 매출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탈출 소동 전 대비) 20~30% 올랐다"며 "특히 지난 주말에는 너무 사람이 몰려 정신이 없었고, 평소 성수기에 사람들이 몰릴 때보다 5배가량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주말이었던 지난 1일 대공원에 만개한 벚꽃. /사진=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대공원 내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세로 굿즈'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곳에서 장난감을 판매하는 상인 박모 씨(64)는 "어린아이들이 얼마 전부터 '얼룩말 인형 있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며 "세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 같아 관련된 상품을 들여와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현재 세로가 머무는 방사장 인근은 울타리 교체 공사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도 세로를 보기 위해 모인 관람객들은 건너편 데크에서 연신 세로의 이름을 부르며 사진을 찍었다. 실제로 여러 SNS에는 세로를 직접 관람한 후기를 전하는 글과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이와 관련, 허호정 어린이대공원 사육사는 "지난 주말에도 동물원 개장 시간인 아침 9시에 맞춰 수백명이 줄을 서듯 세로가 잘 보이는 '명당자리' 경쟁이 있었다"면서도 "일부 관람객들이 고함을 지르듯 세로를 부르면 세로가 놀라서 쳐다보기도 하는데, 큰 목소리로 자극을 주는 행동은 안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