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핀란드 군사 비동맹, 오늘로 끝"…나토 본부에 핀란드기 '펄럭'

30개국 외교장관 갈채 속 국기게양식…'알파벳순' 에스토니아 다음에 배치
전세계 취재진 열띤 취재경쟁…'가입 지연' 스웨덴, 축하 건네며 "우리도 빨리"
"이로써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1번째 가입국이 됐음을 선언합니다. "
4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
핀란드의 나토 가입문서를 건네받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프레스룸에 집결해 있던 취재진 200여명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나토 조약 가입서 수탁국인 미국에 가입문서가 전달됨으로써 모든 절차가 완료돼 새 나토 회원국이 탄생했다는 소식을 긴급 타전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불안감이 고조된 '러 접경' 핀란드의 군사 중립 노선이 약 75년 만에 완전히 폐기된 순간이기도 하다. 나토도 이날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열린 핀란드 가입 기념식 및 국기 게양식을 위해 야외 광장에 별도 무대를 사전에 설치하고 언론에 여러 차례 현장취재 안내를 하는 등 새 가족 맞이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날 게양식을 위해 사전에 깃대 하나를 추가 설치한 것은 물론, 알파벳 순서로 배치되는 규칙에 따라 국기 순서도 사전에 조정했다고 현장에서 만난 나토 관계자는 전했다.

흰색 바탕에 청색 십자가가 새겨진 핀란드 국기는 에스토니아와 프랑스 국기 사이에 배치됐다. 게양식 본격 시작과 함께 나토 의장대의 '나토 찬가'에 이어 핀란드 국가가 차례로 울려 퍼졌고, 마침내 핀란드 국기가 다른 회원국 국기와 나란히 펄럭이자 현장에 참석한 30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토 고위 당국자는 물론, 각국 장관들은 저마다 '인증샷'을 찍는 장면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게양식 연설에서 "유럽에 전쟁이 돌아왔고, 핀란드는 나토에 가입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의 일부가 되기로 결정했다"며 "나토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가입 절차 완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모든 국가는 자신의 앞날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나토의 문은 열려 있다"며 "그 누구도 무력이나 강압으로 그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나토 동진'에 반발하는 러시아를 향한 메시지 발신으로 해석됐다.

게양식에 참석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도 "우리 역사의 군사 비동맹(military non alignment) 시대는 오늘부로 끝이 났다"며 "이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핀란드와 함께 지난해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튀르키예·헝가리의 제동으로 가입 절차가 지연된 스웨덴의 '씁쓸한 축하'도 눈길을 끌었다. 토비아스 빌스트롬 스웨덴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나토에 가입하고 싶어 한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스웨덴의 합류가 (나토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