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더니…고양이 집사들 '한숨'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반려동물까지 덮친 인플레이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묘를 키우는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사료 판매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주 구매하는 고양이 사료 ‘내추럴발란스 캣 울트라 인도어’ 용량이 3kg에서 2.4kg로 바뀌며 kg당 가격이 1만2666원에서 1만5833원으로 3167원(25.0%) 올랐다는 공지였다.

최씨를 비롯한 ‘집사’(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부르는 별칭)들이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의 여파를 오롯이 느끼고 있다. 사료를 포함한 반려동물 관리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매출이 오르는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갈수록 원재료 부담이 커져 무작정 가격을 높이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고양이 한 마리에 한 달 식비만 10만원 훌쩍

가격이 오른 것은 건식 사료 뿐만 아니라 참치캔과 같은 습식사료도 마찬가지다. 또다른 애묘인 하모씨가 주로 구입하는 알모네이쳐 캣 참치&새우캔(70g)은 6개월 전만 해도 개당 2400원이었는데 최근 2600원으로 올랐다. 하씨는 “한 달에 소진하는 참치캔 가격만 8만원이 넘어 요즘엔 캔을 2~3일에 한 번씩만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참치캔과 사료를 동시에 먹이는 집사들의 경우 고양이 사룟값으로만 한 달에 1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셈이다. 그외에도 간식값, 모래값, 영양제값까지 올라 집사들의 부담은 더 가중됐다. 온라인 애묘인 커뮤니티에는 “사료값 때문에 텅장(통장이 텅 비었다)됐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주 원재료인 참치·곡물 가격 올라

반려묘 사료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사료의 기본 재료인 곡물과 어류, 육류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가장 컸다. 전쟁으로 밀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인 소, 닭 등의 사룟값이 덩달아 올랐다. 실제로 최씨가 구입한 ‘내추럴발란스 캣 울트라 인도어’의 경우 2년 전 3만5000원대에서 러·우전쟁 이후 4만250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정가가 3만8000원에 형성돼있다. 작년 말부터는 환율의 영향도 커졌다.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수입산 사료나 중저가 국산 사료 모두 수입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료 제조업체 관계자는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의 경우 주인들이 원물을 그대로 살린 먹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연어나 참치도 어획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커지는 원재료 부담

라면, 생수 등 사람들의 먹거리와 달리 반려동물을 위한 먹거리는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덜하다. ‘반려동물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격 저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가 수월하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로얄캐닌, 네슬레퓨리나, 내추럴발란스코리아 등 업체들이 작년말과 올해에 걸쳐 사료 가격을 20~30%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림펫푸드의 경우 지난해 매출 원가는 전년 대비 24.9% 상승했지만 매출은 28.1% 오른 3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5억6913만원에서 18억9684만원으로 3.3배 증가했다.다만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무한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만은 없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이라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마저 줄이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사료업체들도 가격 정책을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