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지구' 때도 얼음 덮이지 않은 열린 바다 있었다

중국 중부 난투오층 퇴적물 분석…30∼40도 중위도에도 바다 '피난처' 존재
지구는 약 7억년 전 행성 전체가 얼음으로 덮이는 극심한 빙하기를 1억년 가까이 겪었다. 당시 적도 인근에서 형성된 퇴적물과 암석에서 빙하가 작용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 근거가 됐다.

우주에서 바라봤다면 적도마저 얼음으로 덮여 눈 덩어리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시기를 '눈덩이지구'로도 부른다.

하지만 지구 전체가 완전히 얼음으로 덮였었는지를 놓고는 논란이 돼왔는데, 적어도 빙기 말기에는 북위 30∼40도의 중위도 지역까지도 얼음이 녹아 바다가 노출된 곳이 있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지질대학 지구생물학자 송후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눈덩이지구 후기인 '마리노(Marinoan) 빙기' 때 중위도까지 얼음으로 덮이지 않은 바다가 존재했다는 분석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지구가 극지부터 적도까지 얼음으로 덮인 크라이오제니아(Cryogenia)기는 약 7억2천만년 전부터 6억3천500만년 전까지 지속했으며 약 6억5천100만∼6억3천500만년까지는 후기로 마리노 빙기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때 형성된 중국 중부 후베이성 선눙지아 국립공원 내 난투오층의 퇴적물을 분석했다. 난투오층 내 흑색 셰일(泥板岩)에서는 햇볕이 드는 얕은 바다의 해저에 서식하던 광합성 조류를 닮은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됐다.

이와함께 철과 같은 원소의 수치를 분석한 결과, 심해에서는 산소가 희박했지만 표층수에서는 생명체 호흡에 따른 질소의 존재가 확인했다.

송 교수는 "대륙이동 전 고(古)위도 상에서 중위도까지도 얼음이 없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면서 이런 곳이 지금까지는 적도 인근 좁은 지역에 국한돼 있었지만 훨씬 더 넓게 존재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눈덩이지구 시절의 바다가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았으며, 다세포 진핵생물이 빙기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피난처가 존재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지구는 약 45억년 전에 생성된 뒤 10억년 만에 단세포 생물, 20억년 뒤에는 다세포 생물이 등장했으나 다양한 생명체가 번성하기 시작한 것은 크라이오제니아기가 끝나고 지구의 온기가 회복된 약 5억4천만년 전 무렵으로 제시돼 있다.

홍조, 녹조 등의 다세포 생물은 크라이오제니아기 이전에 출현해 눈덩이지구 빙기를 견뎌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지구의 기후와 생명체 진화와 생존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송 교수는 눈덩이지구의 빙기가 먼 옛날 일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는 현재의 지구에 유용한 교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