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덕 예탁금 53조 넘었지만…개미들 "코스닥 이제 내려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차전지주 상승세 등에 힘입어 증시대기자금이 53조원을 넘었다. 다만 상승세를 주도해온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의 종목이 과열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 하락세에 베팅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5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놓은 돈으로 증시대기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가 급락하던 지난해 12월 43조9025억원까지 줄었으나 올해 들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시 늘어났다.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2차전지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투심이 회복되자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속속 복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시장의 월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6조173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2조738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월평균 거래대금도 1월 6조9682억원에서 지난달 8조9348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코스닥지수 하락세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최근 10거래일(3월 22~4월 3일) 동안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2001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순매수 상위 4위였다. 이 ETF는 코스닥150 선물지수 수익률을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코스닥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반대격 성격의 상품인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1060억원 순매도했다.

최근 코스닥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급격히 쌓이면서 투자자들이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7777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LG에너지솔루션(7284억원)보다 큰 규모다.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1일 4606억원이었으나 한 달만에 68.8%가 늘었다. 코스닥 내 주요 2차전지주인 엘앤에프(3393억원), 에코프로(2210억원)도 공매도 잔고가 많았다.전문가들은 코스닥 2차전지주가 과열됐다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에코프로에 대해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삼성증권은 에코프로가 지닌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진단했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을 거느리는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주가는 331.8% 상승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주요 수입원이고 지주회사의 가치는 보유지분에 대한 가치로 일정한 할인율을 받아 평가돼왔다"며 "한국 시장에선 30∼50% 할인율이 통상적인 수준이나 에코프로는 오히려 20%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