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PD 받아준 관대함…'프듀 조작', CJ ENM은 반성했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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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 PD 재입사 결정한 CJ ENM에 '비난 폭주'CJ ENM에게 2019년은 뼈아픈 해였다. Mnet '프로듀스' 전 시즌(1~4)에서 생방송 투표 조작이 있었음이 확인되며 허민회 당시 대표이사는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공정성 강조하던 지난 3년과 대비되는 행보
논란 거세지자 "잘못된 판단이었다" 사과
그로부터 3년 반이 흘렀다. 엠넷은 분명 변화하고 있었다. 삼일PwC를 통해 투표 과정을 검증하는 등 제작과 분리된 투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하기도 했다.시청자 투표가 동반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때마다 '공정성'이 키워드로 부각됐다. '조작'으로 얼룩진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청자들의 돌아선 마음을 붙잡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개념이었다. 덕분에 지금도 남자 아이돌 그룹을 뽑는 '보이즈 플래닛'을 선보이고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비슷한 구성에도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을 향한 지지를 보내며 응원하고 있다.
그런데 웬걸, 엠넷이 뒤통수를 세게 쳤다.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인 안준영 PD를 재입사시켜 논란이다. 안 PD는 '프로듀스' 모든 시즌의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하고,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추징금 3700여만원을 선고받아 실형을 살고 2021년 11월 출소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CJ ENM 측은 부랴부랴 "안 PD 본인이 재입사를 제안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안 PD가 반성하고 있어 한 번 더 기회를 주게 됐다는 입장이었다.'프로듀스'는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X1 등을 배출해내며 인기 그룹으로 향하는 길로 여겨졌다. 꿈을 이루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치열한 경쟁 여정에 오른 참가자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많은 이들이 기억할 테다. 이들의 운명이 투표 조작으로 손쉽게 바뀌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피해자들이 겪었을 상처와 고통은 감히 예단하기도 어렵다.지난 과정들을 돌이켜보면 안 PD 재입사 결정은 더없이 허망하다. 줄곧 '공정성'을 강조하던 엠넷이었는데, 불과 3년 전의 일을 잊은 듯하다. 안 PD의 입사는 매체 보도로 세간에 알려졌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CJ ENM은 과연 어떤 식으로 안 PD의 복귀를 공식화했을까. 누가 먼저 재입사를 요청했느냐를 떠나 결정권자가 CJ ENM이었다는 점에서 시청자 기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CJ ENM은 5일 "엠넷 경력직 채용에 실망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안 PD 채용 결정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과거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고자 했던 결정은 사회의 공정에 대한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그러면서 "공정과 신뢰 회복을 위한 저희의 노력에 앞으로도 애정 어린 격려와 질책 부탁드린다. 이번 일로 많은 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가슴 깊이 반성하며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사과만 있고, 결과는 없었다. 안 PD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답해 해고 조치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안 PD에 앞서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살고 출소한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 역시 글로벌뮤직TF팀으로 업무에 복귀한 상태다. 이들의 만행으로 가장 중요한 시청자의 신뢰를 잃는 등 상당한 업무방해 피해를 입은 엠넷인데, 유독 '조작 논란' 당사자들에게 관대하니 아이러니하다. 논란 당시 CJ ENM은 두 사람의 범행이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으며, 자신들도 피해자임을 강조했던 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