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잣집 상징' 110년 가전명가 꺾었다…LG전자의 대반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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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통해 들여온 美 월풀1911년 미국 미시간에서 출범한 가전업체 월풀. 이 회사 제품은 1960년대 주한미군을 통해서 처음 한국에 소개됐다. 1980년대 월풀의 냉장고·세탁기는 국산 제품보다 3배가량 비쌌지만 서울 강남 부유층들을 중심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월풀 냉장고와 세탁기는 부잣집의 상징처럼 묘사됐다.
1980년대 강남부자집 필수품
가격 3배 높지만 왕성한 판매
LG전자 역전...2년 연속 꺾어
"올해 매출 30조 달성해
월풀 전의상실케 할 것"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는 판이해졌다. 기술과 가격 면에서 LG전자 제품이 월풀을 압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수한 LG전자 세탁기의 미국 수출을 막기 위해 월풀은 지난해 미국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 조치를 요청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과 벌이는 세계 전자업계 1위 경쟁에서도 LG전자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앤드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는 올해 매출 30조원을 돌파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설정하고 사업·제품 전략을 구성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3%(2조7858억원) 늘어난 29조8955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매출 30조 계획은 작년에 비해 1000억원 이상 불어나는 수준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가전업계 둘러싼 환경이 팍팍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전적 목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2월 국내 가전 판매액(통계청 조사)은 전년 동기 대비 13.3% 줄어든 5조2455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2월 누적 기준으로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악화된 경기 여파로 가전에 대한 씀씀이가 극도로 움츠러든 결과다.
증권업계도 올해 LG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매출을 30조2921~31조3000억원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원 안팎으로 제시했다.LG전자의 올해 매출 30조원 목표는 월풀과의 경쟁도 의식해 설정했다. 110년 역사의 월풀은 거대한 미국 시장을 등에 업고 글로벌 가전업계 1등을 지켜왔다. 하지만 LG전자는 2020년 처음 월풀을 밀어내고 매출 기준으로 전자업계 1등을 꿰찼다. 지난해에는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에서도 월풀(작년 매출 197억2400만달러·약 25조6400억원)을 누르는 등 명실상부 가전업계 정상 자리에 앉았다.
올해 월풀은 1위 탈환을 노리고 대대적 사업 재편에 나섰다. 올해 1월 튀르키예 가전업체인 아르첼릭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유럽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실적이 부진한 중동, 아프리카 가전사업 일부를 아르첼릭에 매각했다. 투자은행(IB)이 전망하는 이 회사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약 190억달러로 집계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24조~25조원가량이다. LG전자 H&A사업본부는 30조원 매출 달성으로 월풀과의 격차를 벌릴 계획을 갖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