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언 발 오줌누기' 우려되는 국민연금 수익률 대책

고갈 앞두고 자산배분 어려워
과감한 모수개혁 우선해야

황정환 경제부 기자
“단편적으로 운용역 처우를 높이고 인원을 조금 늘리는 것이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일 ‘특단의 대책’이 될 수 있을까요.”(전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자산은 283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조8000억원 줄었다. 역대 처음으로 감소했다. 같은 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8.22%에 그치면서 41조7000억원 자산 감소를 기록한 여파가 컸다.이미 지난달 국민연금공단 발표로 전해진 역대 최저의 기금 운용 수익률 소식은 용산 대통령실까지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0월까지 연금개혁안 마련에 앞서 이달 내로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먼저 내놓기로 했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수익률을 높일 ‘특단의 대책’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험료율 인상 등 모수개혁을 통해 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로 아무리 대책을 내놔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연기금 수익률의 90% 이상은 자산의 수익률·리스크 특성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적 자산 배분에 좌우된다”며 “연기금이 어떤 포트폴리오를 짤지는 기금의 재정 흐름에 좌우되는데 현재로선 이를 결정할 연금개혁 방향을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5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55년 완전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점과 고갈이 예견된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은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는다. 2040년을 전후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자산을 팔아야 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마냥 만기가 긴 사모기업 투자, 부동산 등 대체자산 투자에 돈을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평균 10%대의 수익률을 내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전체 자산 중 절반 이상을 대체자산에 투자한다. 1998년 연금개혁을 통해 75년 뒤에도 적립금이 연금 지급액의 다섯 배 이상이 되도록 재정을 안정화한 덕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기금 운용에서 ‘특단의 대책’은 과감한 모수개혁이라는 게 시장의 목소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앞서 걸어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국민연금 수익률 개선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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